(기자의'눈')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빚투
2020-11-06 06:00:00 2020-11-06 06:00:00
"증권사의 신용융자 이자율이 높은 것은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에 대한 문턱이기도 합니다. 금융당국이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사의 이자율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지만, 그만큼 신용 공여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증권사 관계자들은 신용융자 고금리 논란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입장에서 금리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는 반면, 금리를 낮추면 빚투(빚 내서 주식투자)가 급등할 수 있다는 고민이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또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하와 대조되면서 증권사들이 이자 수익에 급급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0조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올해 초 10조원대에서 6조원대까지 감소하다가 증시 급락 이후 지난 4월부터 3개월 만에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해 9월 17조9023억원까지 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반기처럼 증시가 시원치 않은 현재도 16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발발로 폭락했던 증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주식 투자 기회를 놓친 개인 투자자들은 아쉬운 마음이 클 것이다.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기준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상황에서 은행 예금에 돈을 넣을 수도 없고,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 만큼 거액의 돈이 수중에 없다.
 
다만 남의 돈을 빌려 주식을 투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누구나 여윳돈으로 투자를 하겠다고 뛰어들지만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 흐지부지 된다. 너도 나도 빚을 내 투자하는 기저에는 반드시 수익이 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다. 그러나 빚투는 말 그대로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수익률을 내지 못해도 그에 따른 이자는 감당해야 한다.  
 
주식투자자 게시판을 보면 '반대매매가 무엇인가요'라는 초보 투자자들 질문이 종종 보인다. 반대매매는 빚을 내서 투자한 주식에 대해 제 때 빚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에서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팔아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내가 주식으로 수익을 내지 못했더라도 만기까지 돈을 갚아야 하는데, 반대매매의 의미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대주주 요건 유예 등 불확실성이 하나 둘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불안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올 들어 국내 증시는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빚을 내 투자하는 주린이들은 아직까지 제대로된 하락장을 경험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처럼 증시 변동이 여전한 상황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대출금만 남게 돼 위험하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는 지금과 같이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를 경우, 투자 열기가 식으면 주가는 빠른 속도로 떨어진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빚투가 여전히 불안하다.
  
증권팀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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