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쏟아부은 KBD생명, 혈세로 수명연장 언제까지
2025-08-22 14:54:48 2025-08-22 17:18:42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한국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생명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이 2010년 인수한 뒤 1조5000억원을 투입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산업은행의 자본금이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KDB생명에 대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2분기 연속 자본잠식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DB생명의 자본총계는 지난 6월 말 기준 -1241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3월 말(-1348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졌습니다. 보험 손익 감소와 투자 손실 확대 영향으로 당기순손실은 141억원에 달했습니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1분기 경과조치 적용 기준으로 163.9%를 기록해 금융당국 권고치(130%)를 웃돌았습니다.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는 40.6%에 불과해 적기시정조치 기준선인 100%를 크게 밑돌았습니다.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 부채성 자본도 약 6000억원에 달해 KDB생명 자체적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KDB생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에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OCI는 시장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과 부채의 평가 변화를 반영하는 자본 항목으로, 기준금리가 인하하면서 향후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부담이 커져 OCI 감소세가 두드러졌습니다. KDB생명 OCI 손실액는 지난해 말 1조160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3274억원으로 확대됐습니다. 2023년(-5120억원)에 비해 약 3배 가까이 불어난 규모입니다. 
 
산업은행은 2010년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4800억원에 인수한 뒤 네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지원해왔습니다. 2010년 3700억원, 2018년 3000억원, 2023년 1000억원을 각각 투입했고, 지난해에도 3150억원을 넣으면서 총 1조5650억원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경영 상황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앞으로 3년간 1조~1조5000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DB생명 경영 정상화를 위해 증자를 검토 중"이라며 "국책은행 자회사라는 점에서 증자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 단순히 증자만 반복할 경우 같은 결과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KDB생명 증자 재원은 산업은행 자본금에서 나오며, 한국산업은행법에 따라 정부가 자본금 51% 이상을 출자합니다. 결국 국민 세금이 산업은행을 거쳐 KDB생명 자본 확충에 투입되는 구조입니다. 이미 막대한 세금이 사용된 만큼 더 이상 세금에 의존하는 경영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KDB생명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감축해왔습니다. 임원을 제외한 직원 수는 2021년 657명에서 2023년 521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조조정 속도를 완화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506명으로 인원 변동이 크지 않습니다. 같은 기간 보험설계사 수는 894명에서 757명으로 감소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이 도입되면서 생보사들 재무 구조 관리가 어려워졌다"면서 "인구 고령화에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생보사에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험설계사가 줄어들면 영업 때 상품이 소개되지 않는 경우가 생겨 신규 영업도 줄어든다"고 덧붙였습니다. 
 
KDB생명은 자본잠식 상태와 관련해 보험금 지급 능력·현금 유동성 부족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회계상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했지만, 이는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앞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제3보험 상품 중심으로 개편하고, 상품 수익성 개선을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본금 소진에 산업은행장도 공석
 
시장에서는 KDB생명의 재무 구조를 정상화하려면 최소 1조~1조5000억원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법정 자본금 30조원 중 이미 27조원을 집행해 증자 여력이 크게 제한된 상황입니다. 게다가 산업은행장 공백까지 겹치면서 부실 금융기관 지원에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산업은행법 제5조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자본금은 30조원 이내로 정해져 있는데, 산업은행의 납입자본금은 6월 말 기준 27조400억원으로 자본금 소진율이 90%에 달합니다. 최근에는 AI·반도체 등 첨단 전략산업과 관련 기업 육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수요가 커지면서 KDB생명은 자금 지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입니다. 
 
금융위원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산업은행장 임명에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임명되는데, 강석훈 전 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6월 임기를 마치고 후임 자리는 아직 비어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7월 산업은행 법정자본금을 30조원에서 45조원으로 늘리는 내용을 담은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정책금융 방향을 제시할 수장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공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정책금융 실행력 저하와 현장 대응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 후보가 나왔지만 청문회도 남아 있고, 임명된 후 자리를 잡으려면 산업은행장 공석이 지속될 것"이라며 "공백이 길어질수록 자금 집행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KDB생명 본사 간판. (사진=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