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슈 '가상자산'①)디지털 자산 공약, '말잔치' 우려
5대 거래소 계정 1825만개 달해
가상자산 ETF 허용 등 공약 경쟁
업계 "쫓기듯 공약…규제·진흥 함께해야"
2025-05-22 10:07:17 2025-05-22 17:05:5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디지털 자산 투자자 표심 잡기에 나섰지만, 실제 공약 이행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비관론이 나옵니다. 이번에도 말잔치로 끝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데요. 관련 업계는 이번 대선 이후 제도 정비가 실현될지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 등을 내세워 투자자 공략에 나섰습니다. 
 
투자자 표심 영향력 커져

후보들이 가상자산 공약 경쟁에 뛰어든 이유는 표심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행의 '2024년 지급결제보고서'를 보면, 5개 가상자산 거래소 등록 계정 보유자 수는 지난해 7월 1672만명에서 12월 1825만명(중복 집계)으로 늘었습니다. 거래소 예치금 규모는 같은 기간 4조9000억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뛰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가상자산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투자 심리 호전 등이 영향을 줬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두 후보의 공약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산업 육성 방향이 다릅니다. 이재명 후보는 제도 안전망 구축과 청년층 자산 형성 기회 확대를 내세웁니다. 그에 반해 김문수 후보는 규제 해소와 중산층 자산 형성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10대 공약에 '디지털 자산 생태계 정비를 통한 산업 육성 기반 마련'을 넣었습니다. 6일 페이스북에선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겠다"며 "가상자산 현물 ETF를 도입하고, 통합감시시스템을 구축해 안전한 가상자산 투자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거래 수수료 인하도 유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후보는 최근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원화 기반 코인을 만든다는 건 담보를 그 액수만큼 넣어놓고 그에 맞게 코인을 발행하게 허용하겠다는 것이니 안정성이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 의지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이에 발맞춰 '디지털 자산 기본법' 입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안정성 확보를 위한 요소를 선별 규정하고 나머지는 시장 자율과 혁신을 보장한다는 방침입니다.
 
김문수 후보는 10대 공약 내 '중산층 자산형성 지원' 부문에 '디지털 자산 육성 기본법' 제정을 내걸었습니다.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도 약속했습니다.
 
김 후보는 국민연금·한국투자공사 등 정부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1거래소-1은행 원칙 폐기'와 '스테이블 코인 규율 체계 도입' 등 산업 육성에 방점이 찍힌 디지털 가상자산 7대 공약을 내놨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업계선 회의론 여전
 
두 후보의 공약을 두고 투자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입니다. 가상자산 산업이 본격 개화한 이후 수차례 공청회가 열리고 가상자산이 정책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실제 제도화 성과는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대표 사례가 '1거래소 1은행'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금융당국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그림자 규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도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불만이 팽배합니다. 자본시장법상 ETF 지수가 추종해야 할 기초자산에 디지털 자산이 포함되지 않아 번번이 동력을 잃었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기본법 2차 입법을 제대로 해야 하고 관리 추제와 조직을 단단히 만들어야 한다"며 "저변을 넓혀 논의할 필요가 있는데, 갑작스런 대선으로 시간에 쫓기느라 깊은 고민 없이 시장의 현안을 긁어모은 듯한 모습"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선거 이후에 대해서는 "법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기존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자금세탁 방지가 목적인데, 앞으로는 산업 규제와 진흥을 함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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