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청와대 어린이날 영상메시지, 국가계약법 위반"
영상 납품 끝난 뒤 사후 계약 체결…청 "촉박한 일정에 행정처리 미흡"
2020-09-17 15:20:15 2020-09-17 15:20:1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가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활용해 올해 어린이날 선보인 '청와대 랜선 특별초청' 영상이 발주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을 위반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17일 감사원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은 올해 어린이날 영상메시지를 제작하면서 정식 용역 계약을 체결하기도 전에 특정 업체에 용역을 발주해 영상을 납품받고 사후 견적서를 제출받았다.
 
국가계약법 제11조는 국가기관이 계약을 체결할 때 담당 공무원과 상대자가 계약서에 기명·날인함으로써 계약이 확정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시행령 제30조는 공무원이 수의계약을 체결할 때 2인 이상으로부터 견적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비서실은 지난 4월24일 특정 업체에 용역을 발주했으며 같은 달 30일 해당 업체를 포함한 2개 업체로부터 견적서를 제출받았다. 이후 5월4일 특정 업체와 용역 계약을 사후적으로 체결했다. 계약 체결일에는 이미 납품이 완료된 상태였지만 대통령비서실은 허위 계약기간(5월4~15일)을 명시한 계약을 체결하고 6월1일 용역대금 5000만원을 집행했다.
 
감사원은 "대통령비서실은 용역을 수행할 후보 업체 조사 및 가격 시담을 통한 견적 금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사전 검토도 하지 못하고 사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가계약법 제11조를 위반하는 등 계약 질서를 어지럽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통령비서실은 "어린이날 행사를 기존 청와대 초청 방식에서 온라인 동영상 제작·배포 방식으로 변경하는 최종 의사결정이 어린이날에 임박해 확정됨에 따라 촉박했던 일정 속에 행정처리가 미흡했다"며 재발방지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통령비서실이 이미 용역업체를 확정한 상황에서 다른 업체의 견적서를 받은 것은 결과적으로 거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기망'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울러 감사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대통령경호처 직원 4명이 소속 부서장의 결재나 별도의 근무상황 기록 없이 외부강의에 나간 것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무기계약직을 채용하면서 당초 채용공고에 없던 연령을 심사기준에 적용한 것 등도 적시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5일 마인크래프트 캐릭터가 돼 어린이날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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