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 배당이 3일 이뤄질 전망이다. 재판부가 배당대고 재판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의 불법적으로 이뤄졌는지, 해당 과정에 이 부회장이 직접 관여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가 이 부회장 등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사건을 합의부에 배당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이 2일 재정합의결정을 거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건을 합의부에 배당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지난 7월16일 부산에 위치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찾아 전장용 MLCC 전용 생산 공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법원 관계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법정형이 10년 이하의 징역 등이고,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의 법정형이 7년 이하의 징역 등이어서 법원조직법상 단독판사 관할에 속한다"면서도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인 점 등을 고려해 재정합의결정을 했고 합의부로 배당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경제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는 형사24부(재판장 소병석), 형사25부(부장판사 권성수·임정엽·김선희),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다. 형사35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맡고 있어 다른 사건 배당이 정지된 점을 감안하면 3곳 중 한 곳에 배당될 전망이다. 현재 형사24부는 인보사 성분을 허위로 신고한 의혹을 받는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 재판을, 형사25부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사건을, 형사34부는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와 불법 대출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준원 상상인 그룹 대표 사건을 맡고 있다.
재판부가 배당되더라도 첫 기일이 잡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만 1년9개월간 진행돼온 데다가 검찰에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만 해도 437권, 21만4000여쪽 분량에 달한다.
재판이 시작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을 두고 치열한 법정 다툼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치밀하게 계획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으나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던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1대 0.35)을 조작해 흡수합병 했다는 주장이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6.4%,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06%을 확보해 그룹 지배권을 공고히 했다는 설명이다.
쟁점은 불법성이다. 검찰 주장대로 대법원 역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곧바로 합병이 불법이라는 판단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 부회장 측은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고 합병과정에서의 모든 절차는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합병과정에 합병비율 조작, 시세조종, 거짓 정보 유포, 주요 주주 매수,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는지 입증해내야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이미 5년여 지난 사건인데다 삼성이 법적인 검토도 거쳤을 것으로 보여 검찰이 합병이 불법이었다는 점을 증명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일련의 과정을 이 부회장이 모두 알고 지시했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15년 6월 주주 의결권 취득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생산된 '프로젝트G(지배구조를 뜻하는 거버넌스의 약자)' 등 다수의 문건과 증거들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공모에 대한 증거는 법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만히 앉아 선별적인 보고만 받는 총수는 아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총수로 안다"면서 "검찰의 공소장뿐만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모사실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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