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삼성그룹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사건을 수사한 결과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핵심 관련자 총 11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승계 작업'의 하나로 실행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과정에 대한 불법 행위와 관련해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이왕익 전 삼성전자 부사장, 최치훈·김신 전 삼성물산 대표이사, 이영호 최고재무책임자 등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또 불법 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과 관련해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김 전 팀장, 김용관 삼성전자 부사장, 김태한 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김동중 전무 등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각각 재판에 넘겼다. 이와 함께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의 허위 진술과 관련해 김종중 전 팀장, 김신 전 대표를 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15년 5월부터 9월까지 이 부회장이 최소 비용으로 삼성그룹을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년간 치밀하게 계획한 승계계획안인 이른바 '프로젝트-G4'에 따라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삼성물산 흡수합병 결정이 추진됐다.
이 과정에서 합병 거래의 단계마다 삼성물산 투자자들을 상대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계열사인 삼성증권 PB 조직 동원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와 시세조종 행위가 드러났다.
흡수합병으로 소멸하는 삼성물산의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는데도 미래전략실의 지시에 따라 삼성물산 회사와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을 실행하면서 합병의 필요성, 합병 비율·시점의 적절성, 합병 외 대안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아 상대방인 제일모직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삼성물산과 주주들에게 삼성물산 기업가치가 반영된 적정한 합병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증대 기회를 상실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한 혐의를 받는다.
아울러 2015년 3월 바이오로직스의 2014년도 재무제표 주석에 모회사인 제일모직의 주가 등에 악영향을 줘 합병에 지장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바이오젠이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 권리 등 지배력 관련 합작 계약의 주요 사항을 은폐해 거짓으로 공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2016년 3월 바이오로직스의 2015년도 재무제표에, 콜옵션 부채(1조8000억원) 계상으로 인한 자본잠식 모면, 불공정 합병 논란 회피를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구조가 2015년에 변동돼 지배력을 상실했다면서 기존의 연결회계 처리를 지분법으로 변경함으로써 바이오에피스 투자주식을 재평가해 4조5000억원 상당의 자산을 과다 계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018년 7월 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담당 임원 해임 권고, 감사인 지정 3년과 함께 회계처리 기준 등 위반 내용을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달 참여연대도 김태한 대표 등을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증선위는 그해 11월 검찰에 2차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 이후 법률·금융·경제·회계 등 외부 전문가들의 비판적 견해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수사 내용과 법리, 사건 처리 방향 등을 전면 재검토했다"며 "그 결과 학계와 판례의 다수 입장, 증거관계로 입증되는 실체의 명확성, 사안의 중대성과 가벌성, 사법적 판단을 통한 국민적 의혹 해소 필요성, 수사전문가로 구성된 부장검사회의 검토 결과 등을 종합해 주요 책임자 기소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앞서 이 부회장의 신청에 따라 지난 6월26일 열린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현안위원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 계속 여부, 이 부회장과 김 전 팀장, 삼성물산에 대한 공소제기 여부 등 안건을 심의해 과반수 찬성으로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했다. 다만 수사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는 "주임검사는 현안위원회의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 강제 효력은 없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1일 오후 2시 삼성그룹 불법 합병, 회계 부정 사건과 관련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검찰 깃발 너머로 삼성 사옥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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