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을 중심으로 법정 최고금리 인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한도를 24%에서 1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등 3명의 현직 의원은 최고이자율을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인물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단과 국회의원 176명에게 법정 최고금리를 10%로 낮춰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이 지사는 편지에서 "서민의 약점을 노려 부당한 이득을 취하는 행위가 더는 발붙일 수 없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최고금리 한도가 낮추면 저금리 대출이 늘어날까. 실제로 지난 2002년 대부업법이 제정된 이후 법정 최고금리가 2010년 44%에서 2018년 24% 수준까지 인하되는 동안 서민금융기관 저축은행의 여신 규모는 증가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여신 규모는 약 50조원 규모에서 이듬해 32조원으로 급감했지만, 2018년에는 60조원가량 여신 규모로 늘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더 많은 서민이 자금을 빌릴 기회가 생겼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금리를 낮추면 저금리 상품이 확대된다는 공식이 매번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행됐던 금리 인하와 이번에 추진되는 금리 인하 정책은 본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이유는 간단하다. 법정 최고금리가 10% 수준으로 인하되면 저축은행이 대출 상품을 공급할 유인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저축은행에서 판매하는 대출 상품은 10% 금리 아래로 운영이 불가능하다. 예컨대 예금이자 2%, 예금보험료 0.5%, 연체율 4%, 광고 및 모집비용 3%, 판매관리비 등 기타 비용을 더하면 운용비용이 10%를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법정 최고금리가 10% 한도로 내려가면 대출 상품을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결국 법정 최고금리가 10%로 인하 시 서민금융 공급액이 오히려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된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쫓기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우려되는 미래다. 진정으로 서민을 위해서라면 자극적인 수치로 현실을 왜곡하는 것보다 공적 대출상품을 늘리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지난 2015년 제2금융에서 제공된 공적 보증대출 금액이 전체의 2.5% 수준에 불과하다는 수치도 곱씹어 보는 게 어떨까.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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