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사태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갑작스러운 환자 급증으로 말미암아 모두가 겁먹고 얼어붙었다. 그럼에도 대기업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3.41% 증가했다. '깜짝실적'을 낸 것이다. 삼성전자의 TV와 가전사업부문을 총괄하는 김현석 사장도 "상반기 가전시장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좋았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감소했지만, 모두 시장전망치를 웃돌았다. 현대차의 경우 해외판매가 25% 이상 줄었지만, 내수는 소폭이나마 늘었다. 이 와중에 내수판매가 늘어났다는 소식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항공과 정유 등 일부 업종의 대기업은 전례없이 고전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한국 대기업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이다.
반면 널리 알려진 대로 자영업자의 상황은 매우 나쁘다. 최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달 자영업자가 6개월 전보다 13만8000명이나 줄었다. 세계금융위기 여파로 몸살을 앓던 2009년 상반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작년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자영업자의 체력이 약화한 데다 올해 코로나19 사태라는 태풍까지 맞았기 때문이다.
고용사정도 여전히 험난하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705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35만2000명 감소했다.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이 역시 세계금융위기의 뒤끝이 남았던 2009년 10월∼2010년 1월 이후 약 10년 만의 일이다.
이렇듯 대기업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전한 반면 자영업자의 경영난과 실업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진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듯하다. 게다가 저금리로 인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니 양극화는 앞으로 더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마치 천국과 지옥의 차이만큼이나 격차가 커지는 흐름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는 것이 당장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질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런 양극화가 더 깊어져서는 곤란하다. 이는 물론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지만,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노력할 과제다.
이 와중에도 대기업들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사업을 호시탐탐 노린다. 이를테면 요즘 중고차거래 시장에 뛰어들고자 노리고 있다. 중고차 거래가 연간 200만대를 넘을 만큼 커지고 있어 군침이 도는 모양이다.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이 제한됐다. 그 사이 SK엔카를 운영하던 SK그룹은 사업을 매각하고 발을 뺐다. 그런데 이제 대기업이 그 시장을 7년만에 다시 열어젖히려고 시도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사업 진입을 5년 동안 더 막을지를 두고 논의를 시작했다. 이와 관련한 간담회도 최근 열렸다. 이 자리에서 완성차업체가 가입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진출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중고차 매매업은 사업의 특성이나 역사로 보나 영세 사업자가 생계를 위해 운영해 온 사업이다. 부동산 매매중개업과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진입해 봐야 돈만 쓰고 큰 이익을 남기기도 어렵다. 그 자체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이 뛰어들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탐욕이 아닌가 한다. 대기업이 할 사업은 따로 있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효율 높은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중고차 매매사업에 괜히 뛰어들었다가 부가가치도 창출하지 못하면서 영세사업자 밥그릇만 빼앗는다는 오명을 각오해야 한다.
인간이 사회 속에서 하는 행동은 4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자신과 사회에 모두 해로운 행동이 있는가 하면 유익한 일이 있다. 자신에게는 유익하지만 사회에는 해로운 행동이 있고, 반면 자신에게는 해롭지만 사회에 유익한 행동도 있다. 이 가운데 첫번째 행동, 즉 자신과 사회 모두에게 해로운 짓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대기업이 노리는 중고차 매매사업도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한다. 대기업들 스스로 자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세사업자 밥그릇 빼앗는 사업은 자꾸 넘보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대기업 자신을 위하고 사회도 돕는 길이다. 대기업들이 종종 언필칭 사회공헌 사업 계획을 내놓곤 한다.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지금 영세사업자 밥그릇을 빼앗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사회공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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