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부동산 집값을 안정화 시키겠다던 청와대와 정부, 국회의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인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공직자의 1가구·1주택 의무화'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고위공직자 다주택 금지법'으로 고위공직자는 주거 목적의 1주택만 소유하고 이외 부동산 소유는 금지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여야 간 공감대는 있지만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등이 뒤따르면서 실제 현실화하는 데 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위공직자의 1가구·1주택 의무화' 제도에 가장 적극적인 정당은 정의당이다. 21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번 국회에서도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으로 발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국회의원과 장·차관, 광역자치단체장, 시도교육감 등 1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1가구·1주택'을 의무화하고 일정기간 내에 거주 목적 외 주택을 처분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주택 국회의원들 처분 서약서 즉각 공개 및 이행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가구1주택 의무화' 제도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부동산백지신탁제도 보다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주택 처분을 더욱 강화한 내용이다. 부동산백지신탁제란 고위공직자가 재임 기간 대리인 등 중립기관에게 부동산을 맡겨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다. 주식백지신탁제처럼 주식을 부동산으로 적용해 활용한 제도를 말한다. 재임기간으로 기간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공직생활을 마친 뒤에는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들에게 1가구·1주택 서약서를 받는 등 관련 정책을 간접적으로 이행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청와대와 정부가 각각 비서관급 이상 참모진과 2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1가구·1주택을 권고하는 등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입법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제고하는 데 나서고 있다. 김두관·김남국 의원 등은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을 강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에서는 다주택 처분에 대해 "사유재산권 침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시장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지, 강제로 보유 주택을 팔라는 것은 반헌법적인 발상"이라며 "조세 제도나 종합적인 제도를 시행해 부동산 안정화를 유도하는 게 유능한 정부이지, 집을 팔라고 하는 것은 무능함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통합당 내 일각에서는 '1가구·1주택 의무화 제도' 보다는 규제를 완화한 부동산백지신탁제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향후 여야 간 조율 가능성도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7일 "공적인 권력을 가지고 대다수 국민의 사적 영역에 대해서 규제하고 개입하고 여기에 대한 권력을 행사하려면 손이 깨끗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백지신탁 도입을 건의했고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여야가 최근 분노한 여론을 의식해 고위공직자 다주택 처분 관련 법 추진에 나서고 있지만 결국 현실화 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20대 국회 때에도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이해충돌 논란을 막기 위한 법안들이 속속 나왔지만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등으로 결국 통과하지 못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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