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사휘 절충안 건의를 거부했다. 법무부는 8일 "총장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 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의 즉각적이고 전면적 거부는 지난 2일 발동한 수사지휘 사항에 대한 타협은 더 이상 없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말 그대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사지휘 정점으로 현행 수사팀만으로 수사하라는 지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검찰총장은 서울고검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해, 채널에이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 책임자로 김영대 서울고검장을 지명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봉합국면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많았다. 김 고검장이 검찰 내 중립적인 인물로 정평이 나 있고, 현재 수사팀이 특별수사본부 주력으로 남기 때문에 추 장관도 윤 총장의 제안을 단칼에 거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었다.
법조계 평가 대로 김 고검장은 사법연수원 22기로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1기수 선배로 검찰 내 최고참급이다. 검사장 승진도 2년 빨리 했다. 윤 총장과 같이 근무한 이력도 없다. 윤 총장이 2009년 8월부터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으로 근무할 당시 대검 정보통신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검찰을 잘 아는 원로급 법조인은 "두 사람은 가는 길이 달랐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모범생'으로 통한다. 그와 함께 일 해본 많은 검사들이 '무색무취'라고 평할 정도로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중도를 걷는 검사로 유명하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건의를 전면 거부하면서, 추 장관과 윤 총장, 법무부와 대검은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돌입했다. 추 장관은 자신이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9일 오전 10시까지 윤 총장이 수사지휘 전면수용 의사를 밝히지 않을 경우 '감찰권 발동' 등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검찰 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추 장관이 수사지휘 보다는 윤 총장 사퇴에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여러 변호사들 중 한 중견 변호사는 "본말이 전도됐다. (윤 총장이) 굴복하지 않을테면 나가라는 뜻 아니냐. 지금이 이 정부의 검찰개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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