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내린 수사 지휘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상 거부하고, 독립적 수사 주체를 구성하도록 건의했다. 추미애 장관이 지난 2일 수사를 지휘한 지 엿새 만에 밝힌 입장이다.
대검찰청은 8일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존중하고 검찰 내·외부의 의견을 고려해 채널A 관련 전체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규명될 수 있도록 서울고검 검사장으로 하여금 현재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해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고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하는 방안을 법무부 장관에게 건의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입장에서 추 장관이 반대한 '특임검사'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이행하라"는 추 장관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추 장관은 2일 윤 총장의 결정으로 소집이 예정된 전문수사자문단에 대해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전문수사자문단의 심의를 통해 성급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현재 진행 중인 전문수사자문단의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고 윤 총장에게 지휘했다.
그러면서 "본 건은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현직 검사장의 범죄 혐의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조치하라"고도 지휘를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3일 예정됐던 수사자문단은 소집되지 않았다. 대신 같은 날 전국 고검장과 지검장 등이 참여한 검사장 회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검찰총장은 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타당하고,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 중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사실상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것이므로 위법 또는 부당하다', '본 건은 검찰총장의 거취와 연계될 사안이 아니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법무부는 "일각에서 주장되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의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특임검사에 대한 반대 견해를 분명히 밝혔다.
추 장관은 이후 7일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최종적인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으므로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윤 총장에게 재차 지시했다.
이날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이뤄지지 않자 추 장관은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다.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면서 윤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를 이행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또 "우리 모두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가야 한다"며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의 모습.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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