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유통주식 적은 공모주 급등은 보너스…과도한 욕심 금물
주식수 적은 우선주로 벌이는 ‘머니게임’ 접근금지
2020-06-24 12:50:26 2020-06-24 12:50:26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유통주식 물량이 적은 주식종목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최근의 우선주 급등 현상은 물론 일부 공모주들의 급등락 과정에서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월요일에 코스닥에 상장하며 주식 거래를 시작한 엘이티(297890)가 이틀간의 급등을 끝내고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12시 현재 주가는 4000원 하락한 2만2300원에 거래 중이다.  
 
엘이티는 올해 상장한 새내기 종목 중 상장 첫날 공모가 7800원보다 100% 오른 1만5600원에 시초가를 정한 뒤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한 첫 번째 종목이었다. 둘째 날에도 개장과 함께 상한가로 직행한 뒤 장중 한 번도 상한가에서 내려오지 않는 ‘점상’을 찍으며 2만63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오늘은 상승 출발했다가 1분만에 하락세로 돌아서 15%대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엘이티는 OLED 디스플레이 모듈공정 검사장비 전문제조업체로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장비를 납품한다. 기술력에서 경쟁업체들을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자들의 시선을 끈 것은 이보다는 수요예측 결과 확정된 상장 직후 유통가능 주식 수였던 것 같다. 대주주 물량과 우리사주,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주식을 더 받기 위해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며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로 묶은 주식 수를 제외한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주식의 20%, 약 175만주에 그쳤기 때문이다. 
 
엘이티가 상장한 첫날 주식 거래량은 63만주였다. 이튿날엔 5만주에 불과했다. 나올 수 있는 물량이 많지 않아 더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 강했던 탓이다. 하지만 사흘째 이같은 희망이 깨지며 주가가 급락했고, 오전에만 이미 180만주 이상이 거래됐다. 
 
공모주 투자자들 중에는 이렇게 유통가능 주식수가 얼마나 되는지를 가지고 투자가치를 평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투자의 대상인 기업 그 자체보다는 수급을 중시하는 것이다. 
 
수급에 모든 걸 거는 또 다른 부류가 최근의 ‘묻지마’ 상승을 기록한 우선주들이다.  
 
<출처: 미래에셋대우>
 
삼성중공업 우선주(삼성중공우(010145))는 이달 2일부터 연일 상한가 랠리를 펼치며 17일엔 장중 96만원을 찍은 후 74만4000원으로 마감했다. 6월1일 종가 5만4500원에서 1265%, 13배 넘게 오른 것이다. 2000년대 초 버블을 떠올리게 만드는 폭등세였다. 
 
이런 종목의 급등 배경에는 어김없이 적은 주식 수가 있다. 삼성중공업 우선주의 발행주식은 총 11만4845주에 불과하다. 급등 전날 시가총액은 62억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적은 금액으로 시세를 조종할 수 있는 여건인 것이다. 
 
이 거래에 참여한 다른 누군가도 주가가 오르길 바라는 마음은 같기 때문에 쉽게 상승세를 깨려 하지 않고 흐름에 동조한다. 그리고 마침내 일반 투자자들이 참여하면 초기에 랠리 주도세력은 빠져나오고 결국 시세가 무너지는 것이 우선주 랠리의 전형적인 흐름이다. 
 
급등하는 기간 중 발행주식수 이상의 거래가 나온 날이 적지 않다. 하락하는 와중엔 55만주가 거래된 날도 있다. 그만큼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매매가 많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오늘 공모 청약을 마감하는 SK바이오팜은 엘이티보다 유통가능 주식이 적다. SK바이오팜은 이번 공모에 전체 주식의 25%인 1957만8310주를 내놓는데 이중 일정기간 매도가 금지된 기관 배정 물량과 우리사주 물량을 빼면 전체 주식의 5%, 약 391만주만 거래될 수 있다.
 
SK바이오팜이 가진 가치도 높지만, 공모 투자자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상장 초기 강한 상승세를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면서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경쟁률이 높아 주식을 조금밖에 받지 못해도 주당 수익률을 높이면 수익을 키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평가한 결과가 공모가라는 사실이다. 적절하게 측정한 가격에서 10~20% 정도를 할인한 값이 공모가다. 
 
그런데도 주가가 공모가보다 2배 이상 오른다면, 이는 기관의 평가가 크게 잘못됐거나 주가가 기관의 평가치를 넘어 고평가 영역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1만원으로 평가한 기업의 가치가 불과 며칠만에 2만원으로 뛰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사례가 많지만 이는 일종의 보너스일 뿐 당연한 것은 아니다. 상장 후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공모가보다 하락하는 종목들도 적지 않다. 
 
10년 이상 주로 공모주에만 투자했다는 한 개인 투자자는 “공모주를 수급만 보고 덤비면 우선주 머니게임에서처럼 당하기 쉽다”며 “상장 축하 보너스는 적당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적은 보너스를 반복해서 모으는 것이 공모주 투자자로 오래 살아남는 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