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대학이 '부당이득' 내놓으면 된다
2020-06-24 06:00:00 2020-06-24 06:00:00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은 제대로 수업을 하지 못했다. 3~4월은 아예 강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뒤늦게 5월부터나 부분적으로 개시됐다. 1학기 가운데 절반은 사실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 대학은 아예 1학기 대면강의를 포기했다. 1학기 수업 전체를 온라인수업으로 대신한 것이다. 말하자면 '사이버대학'이 된 것이다.
 
대학생활에서 강의가 전부는 아니다. 대학에 가서 강의실과 실험실, 도서관 등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선후배와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과정을 빼놓을 수 없다. 아울러 교수들과 강의나 상담을 통해 지식과 인격을 연마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다. 나아가 보이지 않는 아우라까지 흡수할 수가 있다. 대학생의 등록금에는 이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대학 문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니 아우라는커녕 기본적인 지식습득도 제대로 안 된다. 대학생활의 핵심 일부가 누락된 셈이다.
 
그러자 대학생들은 등록금 일부를 반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받아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기에 제기되는 요구다. 그렇지만 대학들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었다.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이었다.
 
이제는 메아리가 조금씩 울리기 시작했다. 건국대가 대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직하고 용기 있는 자세라 하겠다. 그 결과 카르텔 성벽의 한구석이 무너진 셈이다. 정치권에서도 한마디씩 하며 거든다. 그렇지만 교육부는 학생과 대학 사이에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취하면서 나서기를 마다했다.
 
대학 등록금 환불 여부는 기본적으로 대학과 학생들 사이의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대학들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입학금과 등록금을 정상적으로 받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의 어려움을 감안해 등록금을 낮춰준 것도 아니다.
 
반면 지출은 상당히 아낄 수 있었다.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고 수업이 줄어들었기에 비용절감 요인이 발생했다. 이를테면 수업진행을 위한 시간강사비를 비롯해 강의실이나 실험실 또는 도서관 등 전기 수도 등 시설 유지비가 줄어든 것이다. 기숙사 등의 운영비도 마찬가지였다.
 
말하자면 대학들은 적어도 절감되는 비용만큼 '부당이득'을 누린 셈이다. 그러므로 등록금을 일부 반환한다는 것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부당이득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환불을 거부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용절감 이득을 독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쉬운 예로 서울에서 부산 가는 열차표를 끊은 승객을 중간에서 내리게 하고는 환불도 거부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학생들의 환불요구를 재정으로 해결하라는 주장도 옳지 않다. 이를테면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등록금 반환을 위한 추경예산 편성을 요구했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다. 심 대표의 주장대로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의 가슴이 숯덩이처럼 타들어 간다"는 지적은 옳다. 그렇지만 그 숯덩이를 식히는 책임은 정부가 아니라 대학에 있다. 대학들이 부당이득을 일부라도 내놓으면 되는 것이다. 이보다 간명한 일은 없다. 반면 심 대표의 주장대로 한다면 대학들의 부당이익을 지켜주고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따름이다.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할 곳은 따로 있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잃을 처지에 있는 노동자 등 어려운 국민의 생계를 지키는 일에 우선 지출돼야 한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비롯해 정부의 손길을 기다리는 서민들이 지금 너무나 많다.
 
게다가 대학들은 대부분 거액의 적립금까지 쌓아두고 있다. 학교에 따라 수십억원, 수백억원 혹은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적립금을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울러 자구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이런 노력도 스스로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도덕적으로 나태한 대학들을 위한 추경예산을 편성한다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교육부는 지금 다소 애매하고 곤란한 처지다. 그 이유는 충분히 이해된다. 정부가 대학에 등록금을 환불하라고 강요하기는 물론 어렵다. 그렇지만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등록금 환불에 소극적인 대학에 대해서는 향후 재정지원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런 거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겪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외면하는 대학은 교육기관이라고 하기 민망하다. 점잖은 대우를 받을 자격이 사실 없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서 좀더 성의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다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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