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칼럼)김연경에게 열광하는 이유
2020-06-19 06:00:00 2020-06-19 06:00:00
'여제'로 불리는 배구선수 김연경이 국내로 복귀했다. 다른 팀 선수도 시합을 고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그의 귀환을 배구계 안팎에서 반기고 있다. 국제대회가 있을 때나 봤던 김연경의 경기를 시즌 내내 볼 수 있게 된 배구 팬의 기대도 크다.
 
세계 최고의 선수가 환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식빵 언니'란 별명이 드러내듯 경기장 내에서 보여주는 승부욕과 열정, 방송 등을 통해 전해지는 꾸밈없고 거침없는 행동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걸로 '안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기를 누리고 배구계 안팎에서 지지를 받는 것을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김연경은 복귀와 동시에 사람들이 매료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김연경은 소속팀에서 제시한 연봉 6억5000만원에서 3억원을 스스로 깎았다. 팀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샐러리캡 적용으로 후배 선수들이 피해를 보면 안된다는 생각에서다.
 
세계 최고의 선수로 평가되면서 유럽이나 중국에 갔으면 20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1년에 1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포기한 셈이다. 액수도 크지만 프로선수들이 연봉을 자신의 가치로 생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번 나오기 힘든 사례다.
 
김연경은 줄곧 이런 모습을 보였다. 해외에 있으면서도 국가대표팀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왔고 더 쉽게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 유럽보다 거리가 가까운 중국 리그로 옮긴 적도 있다. 도쿄올림픽 예선에서는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에도 진통제를 먹으면서 출전했다. 덕분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지만 치료 기간이 길어져 리그 경기에 결장했고 수억원의 연봉이 삭감됐다.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개인적 열망도 있지만 공동체를 생각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광복절에 열린 경기에서 운동화에 새겨진 일본 브랜드 로고를 가리기 위해 '대한독립 만세'란 테이프를 붙인 것만으로도 공동체 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도 지지를 단단하게 만든다.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두고 벌인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김연경은 동료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면서 자신을 탓했다. 팀의 에이스이자 주장으로 승리하지 못한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얘기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다.
 
국회는 정반대다. 여론 조사를 하면 신뢰도 꼴찌를 하기 일쑤고 본분인 법안 발의나 기본 중의 기본인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나랏돈은 다 받는다. 공동체 의식이 있다면 쟁점이 없는 민생 법안 통과를 질질 끌면서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격렬한 다툼을 할 리 없다. 책임감이란 말은 떠올리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이런 모습이 극에 달했던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받는다.
 
"협상은 없고 협박만 있다. 41%의 국민을 제대로 대변할 수 없다. 1당 독재"처럼 원 구성과 관련해 쏟아지는 불만을 보면 이번 국회가 더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선거제도와 결과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여서다.
 
불평의 근원인 '힘센 여당'은 공정한 선거를 통해 나온 결과다. 의석수는 전체의 지지율과 관계없이 지역구마다의 승부를 통해 정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4년간 국회에서 지지자의 입장을 대변하도록 한 게 우리의 제도다.
 
지지율에 미치지 못한 의석수, 그로 인해 만들어진 불리한 구도는 승부에서 패배한 당사자의 잘못이다. 억울할 일도 남 탓할 일도 아니다.
 
강자가 양보하란 주장도 어불성설이다. 승자가 애써 확보한 힘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배려와 양보는 사회적 약자에게 하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힘의 크기와 관계없이 맞상대하는 게 룰이다. 그런 이유로 스포츠 경기에서 누구도 상대의 실력이 압도적이라는 불평을 하지 않는다. 실력을 동등한 수준으로 낮추라고 하지도 않는다. 생떼인 동시에 경기장에 나설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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