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기본소득이 고용보험보다 시급한가
2020-06-17 06:00:00 2020-06-17 06:00:00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충격이 정말 크고 깊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93만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9만2000명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가 3개월 계속된 것이다. 2009년 10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음식·숙박·여행업 등 서비스 산업의 고용충격이 컸으나, 이제는 제조업으로 번져가고 있다.
 
정부는 고용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사정이 가장 어려워진 항공기취급업, 면세점업, 전시·국제회의업, 공항버스업 등 4개 업종이 '특별고용지원 업종'으로 지정됐다. 이들 업종의 사업장 3800여곳과 노동자 7만여명에는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수준이 상향 조정되고, 고용·산재보험료 납부 기한 연장 및 체납 처분 유예 등 지원이 실시된다.
 
또 7월부터 특별고용업종의 무급휴직자와 특수형태고용노동자, 프리랜서, 영세자영업자에게 1인당 최대 150만원씩 지원한다. 결코 넉넉한 지원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로서도 나름대로 고심한 끝에 한정된 재원으로 최대한 배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자리를 잃어도 고용보험 급여조차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고용충격은 곧 생계불안을 의미한다. 정부의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을 받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주는 재난지원금까지 더하면 생계위기를 넘길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생계불안이 다시 커질 수도 있다. 내년에도 걱정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55만명에 대해 긴급 일자리 창출에 직접 나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그렇지만 이는 아무래도 일시적인 대책이라는 인상이 짙다. 근본적으로는 확실한 고용안전망이 필요한 것이다.
 
아쉬운대로 예술인을 위한 고용보험은 내년부터 시행된다. 해묵은 숙제 가운데 하나가 이제 풀리는 셈이다. 그렇지만 특수형태근로자나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은 여전히 고용보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은 당장의 위기극복은 물론이고, 국가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국무회의 자리에서 "사회안전망은 고용안전망 구축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정부의 의지만 갖고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 각계의 폭넓은 대화와 타협이 선행돼야 한다. 자영업자의 경우 정확한 소득파악 시스템 구축 등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적지 않은 재원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를 마련하기 위한 방안도 수립돼야 한다.
 
그런데 갑자기 '기본소득' 지급론이 제기돼 설왕설래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말문을 연 이후 여당과 야당의 정치인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특히 2022년 대통령선거 출마경쟁에 나서려 하는 인물들이 앞장선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말로 기본소득 도입론을 주장할 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 관련 조례까지 제정한 것이다.
 
경기도와 이재명 지사는 이미 재난기본소득을 모든 도민에게 지급해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 여세를 이어가려는 뜻이 강한 것 같다.
 
그렇지만 기본소득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국민에게 '소득'이라며 얼마씩이나 나줘줄 수 있을까. 자칫 '언 발에 오줌누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게다가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재정수요를 절감하기 위해 다른 복지지출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 요컨대 지금 시점에서 기본소득제는 공감보다는 논란과 의문이 더 커 보인다.
 
이에 비해 우선 더 많은 사람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듯하다. 고용보험 가입자는 2016년까지 125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문재인정부 들어 꾸준히 늘어 이제 1400만명에 육박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가입자의 비율은 전체 취업자의 50% 안팎에 머물러 있다. 유럽의 선진복지국가에 비해서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따라서 지금은 이를 대폭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기본소득 구상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일정한 비율, 이를테면 최소한 80% 선까지는 오른 다음에 기본소득을 검토하는 것이 순리 아닌가 한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시기와 절차, 그리고 순서가 있는 법이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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