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화 추세 역행?…'작은 TV 전쟁' 시작됐다
큰손 유럽·북미 수요 꾸준…시장 영향력 확대 목적도
2020-06-08 06:03:13 2020-06-08 06:03:1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대형화·고화질화가 대세인 글로벌 TV 시장 내에 최근 50인치 이하 프리미엄 제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시장 큰손'인 북미·유럽 등의 꾸준한 소형 TV 수요를 잡는 동시에 가격 다변화를 통해 자사 프리미엄 제품 시장을 확대하려는 바람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이달부터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 48인치 4K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출시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예약판매가 진행된 상태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0에서 그 면모를 공개한 지 5개월 만이다. 기존 88·77·65·55인치를 넘어 중소형까지 발을 넓힌 LG전자는 조만간 미국·일본 등에도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2018년 49인치 모델에 이어 지난해 43인치 4K 모델에 처음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기술을 적용한 삼성전자도 올해 미국 등지에 40인치대 QLED TV 라인업을 유지하며 고객 수요를 맞추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도 올해 QLED 4K 85·82·75·65·55·50인치와 더불어 43인치를 지난해에 이어 내놓았다. 보다 다양한 화면 크기를 제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시장 3위에 그친 소니도 다음 달 일본에 48인치 OLED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가 이미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단단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틈새'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48인치 TV. 사진/LG전자 글로벌 뉴스룸 홈페이지
 
잇따르는 50인치 이하 프리미엄 TV 출시 바람에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TV 제품군에서 40인치대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며 "거실에 뒀던 프리미엄 TV가 이제는 방안에 들어갈 수 있고 게이밍 TV로 활용될 수 있다. 40인치대 출시는 다양한 고객 수요를 기존 액정표시장치(LCD)가 아닌 프리미엄 TV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작은 TV' 경쟁은 화면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장 분위기와는 반대되는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코로나19 확산 이전만 해도 지난해 45.3인치보다 0.8인치 커진 46.1인치로 예상했던 올해 TV 평균 사이즈를 확산 이후 1.4인치 늘어난 46.7인치로 전망했다. 경기 불황으로 소비자 주머니가 얇아지긴 했으나 값비싼 중대형 프리미엄 제품의 가능성을 체험한 업체들이 위기 탈출을 위해 소형보다는 수지가 더 맞는 중대형에 집중할 것으로 본 것이다.
 
전망과 달리 업체들이 50인치 이하 공략에 나서는 것은 대형화 추세와는 별개의 사안으로 시장 영향력을 키우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QLED와 OLED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아주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자사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예상 출하량은 2억521만대 수준으로 이 가운데 QLED TV 출하량은 지난해보다 41.8% 증가한 827만대, OLED TV는 7.8% 증가한 338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북미·유럽·일본 시장에서 50인치 이하 TV 수요가 꾸준한 것도 업체로서 무시할 수 없다. 이들 국가들은 주거 조건 등에 따라 소형 TV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 소비자들의 소형 TV 구매 의사가 계속 이어지면서 업체도 이를 중점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미국 시장 등을 중심으로 50인치 이하 프리미엄 TV에 대한 수요가 높다"라며 "미국은 보통 한 가정에 TV가 두 대 이상인 경우가 많다. 두 번째 TV를 살 때 첫 제품보다는 저렴하지만, 프리미엄 기조를 이어가려는 경향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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