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on'은 생활 밀접형 서울 이슈를 전합니다.
뉴스토마토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적 흐름이라는 도시재생, 재개발과 뭐가 다를까요? 재개발은 과거 성장시대에 전면 철거로 공간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었다면, 도시재생은 옛 공간의 정체성과 쇠퇴지역의 도시기능을 살리는 사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규모 가스 저장 시설을 국가적 거점 산업 공간으로 만든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타시티, 낡은 고가 철도를 공원으로 조성한 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등이 대표적이죠.
서울시도 2012년 1월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시작으로 2020년 5월 현재 총 189곳에서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쇠퇴한 중심지를 특화하거나 저층 주거지를 활성화하고, 주민을 위한 소규모 거점시설을 짓는 식이죠. 창신·숭인, 해방촌 등 1단계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 8곳의 주거재생 사업도 올해 마무리됩니다.
2016년에 시작한 해방촌 도시재생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신흥시장의 모습입니다. 환경개선사업 바닥은 흙이고, 공사차량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문을 닫은 상점들도 간간이 보입니다. 해방촌에서 20년 이상 니트 상품을 생산해온 종사자들이 마을 니트 산업의 부활을 목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에서 운영 중인 ‘해방상점’을 비롯해 정육점, 카페, 사진관, 전자오락실, 음식점 등 다양한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 체감도는 어떨까요. 해방촌에서 40년 동안 거주하면서 횟집을 해온 한 주민은 “도시 재생으로 동네가 좋아지긴 했지만, 임대료가 30~40% 정도 올랐다”고 했습니다. 해방촌에 거주하는 또 다른 상인은 “상인회에서 점포별 월세를 전수조사해 평균보다 높은 곳은 임대인을 압박하긴 한다”라면서 “그러나 도시재생을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팔고 나가려는 투기 세력이 임대료를 올리면서 원주민 임대인들도 욕심이 나기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해방촌이 ‘포스트 경리단길’로 이목을 끌면서 청년들의 유입과 가게를 찾는 수요도 늘었지만, 도시재생사업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는 점차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상생협약 표준안과 상생협력상가 등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정책이 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효과는 미미합니다. 이 때문에 도시재생사업 기획단계부터 사업 종료 이후까지 제도적 방안 마련과 함께 상권 규모, 인구 구조 등 지역 특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서울의 대표적 도시재생 지역인 세운상가의 모습은 어떨까요. 세운상가를 리모델링해 제조업 창업기지로 조성하는 1단계 사업은 끝난 상태. 청년 창업가들이 입주해 IT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시제품 제작이 이뤄질 수 있는 공간도 들어섰지만, 일부 상인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거나, 카페나 옷가게 등이 입점해서 세운상가의 정체성이 퇴색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강전/세운상가 상인]
도시시설 자체는 깨끗하고 좋은데, 도시재생을 했으면 세운상가의 전문성을 살려 젊은 청년들한테도 그런 취지로 유도를 해서 유치했으면 하는 게 우리의 바람입니다.
재생산업은 예산을 확보해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장기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새로운 사회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효과를 측정하기가 쉽지 않죠. 결국,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선 행정의 지속적인 관심 및 후속 관리와 함께 지역 주민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조성이 필요합니다.
뉴타운 지구 해제 후 2014년 전국 1호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된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은 주민 참여를 높이고 지역 선순환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손경주/ 창신·숭인 도시재생협동조합 상임이사]
재생 사업이 끝나도 그 지역의 재생은 계속돼야 합니다. 저희가 그러기 위해서 거버넌스 조직인 도시재생협동조합을 만들어서 재생사업 이후에도 계속 행정과 주민 사이에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업 이후에도 계속 마을을 재생하고 관리하고 마을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들을 주민들이 할 수 있게 해드리는 게 필요합니다. 도시재생의 끝은 주민자치거든요.
도시 재생의 성공을 위해선 대규모 사업과 주민 참여형 소규모 사업도 원만히 추진돼야겠죠. 이 때문에 공공 주도하에 일부 주민의 형식적 참여보다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충분한 소통’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이웃, 삶과 사람을 중심에 놓는 진정한 ‘재생’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