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가 호텔 8곳에 무슬림 기도실을 확충해 관광객 유치를 시도한다.
17일 서울시와 서울시관광협회에 따르면, 연내 서울 관광 명소에 있는 호텔 8곳에 무슬림 기도실이 조성될 계획이다. 호텔이 기도실 설치를 위해 공간을 개·보수하면 비용 400만원을 지원하고, 관광 앱을 통해 홍보해준다. 투숙객 뿐 아니라 대중에게 개방하는 조건이다.
서울에는 지난해 12월 기준 기도 시설이 48곳 있지만, 일반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아닌 곳이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학생을 위한 대학교 기도실, 투숙객을 위한 호텔 기도실 등은 있어도 불특정 다수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돼있다.
지난해 중동·아프리카 관광객은 111만명이었으며 이 중 서울은 88만명이었다. 하루 5차례의 기도가 필수적인 무슬림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코로나19로 인한 관광 산업 침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호텔업계에서는 기도실 설치 자체에 대해서는 반응이 긍정적인 편이지만, 안전 등의 이유로 대중 개방을 멈칫하는 분위기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그동안 기도용 카펫을 깔아주거나, 아예 기도실을 지은 호텔은 투숙객 반응이 좋았다"면서도 "완전 개방은 프라이버시, 안전, 방역 문제까지 쉽지 않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명동 지역의 B호텔 담당자 역시 "명동은 다양한 국가와 국내인이 다니는 곳"이라며 "투숙객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 대상이면 자칫 특정 종교에 편향적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호텔 업계를 설득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개별 관광객이 호텔까지 찾아올 일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단체 관광객을 이끄는 단체와 협약을 맺어서 이용하게 하면 안전 등 문제는 해결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기독교 등 특정 종교의 부정적인 반응도 관건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에도 기도실 조성을 시도했으나 특혜 논란이 일어나면서 철회한 바 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국장은 "시 재정으로 특정 종교만을 위해 사용하면 종교 편향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관광객 편의를 위해 다른 시설을 만드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에비뉴엘의 무슬림 기도실에서 미스무슬림 인도네시아가 기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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