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870억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사들이면서 2년 전 좌초된 지배구조개편의 포석을 놨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현대차 주식 약 433억원, 현대모비스 주식 약 438억원 등 총 871억원 규모를 매수했다.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국내경제는 물론 주식시장도 불안정해지는 상황에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분 매수를 결정한 것이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포석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주식 매수는 지난 2015년 11월 이후 4년4개월만이고 현대모비스 주식 매수는 처음이란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현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에 발맞춰 지난 2018년 3월, 그룹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이 정 수석부회장에 대해 유리하게 만들어졌다는 비판 속에 두 달후 철회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최근 현대차, 모비스 주식 매수를 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사진/현대차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현대모비스 주식을 취득했는데 아직 큰 의미를 부여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방안을 발표한지도 2년이 지났고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올해에는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코로나19 여파가 글로벌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 사안이 해결된 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최근 정 수석부회장의 지분매입으로 지배구조 개편이 추진된다는 가정은 무리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모든 지배구조 개편 방법의 기본적인 프레임은 제한적인 자금 환경에서 최대한의 지분 확보”라고 설명했다.
개편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2년전 현대차그룹이 제시했던 현대모비스에서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것에서 약간 수정을 하는 방안이 꼽힌다. 또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직접 취득하거나 현대모비스를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부품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고 두 개의 법인을 상장하는 방안도 제시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변화는 2분기 이후 주식시장이 안정되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2018년 안에서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