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차인에게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주는 ‘착한 임대인 운동’이 산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가운데, 소상공인들은 임대료 인하 운동을 지속적 사회문화운동으로 격상, 체계화하고 나아가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임대인들과 임차인들 간의 대립도 고조될 가능성이 커졌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속적 임대료 인하 운동을 위해 임대료 상설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한산한 모습의 서울 명동거리. 사진/뉴스토마토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진행된 자발적 임대료 인하 운동이 지속 가능하도록 임대료 상설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소공연이 구상한 상설협의체는 지역소상공인연합회와 각 상권 건물주협의회, 지방자치단체의 삼각관계로 형성된다. 이렇게 구성된 상설협의체는 공인중개사협회 등 전문가 집단과의 협의를 통해 적정 임대료를 책정한다는 것이 소공연의 설명이다.
소공연 관계자는 “현재 ‘착한 임대인 운동’의 혜택을 보는 소상공인들은 전체 소상공인의 10% 수준”이라며 “국가 재난 상황을 맞아 임대료 인하 운동을 민간으로 확대, 지속가능한 문화운동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공연은 이를 위해 3월부터 4월까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임대료 수준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동시에 상설협의체 구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상설협의체는 그동안 지속된 임대인과 임차인의 대립적 관계를 타파하고 나아가 제도화를 통해 호황이나 불황의 지표에 따라 임대료 협의를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착한 임대료’ 운동은 전주 한옥마을 등 주요 상권 건물주들이 임차인들과 상생을 위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5∼20% 인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정부가 임대료 인하분의 50%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내놓으면서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전국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서울 동대문 동패션타운 거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그러나 건물 임대료로 생계를 유지하는 생계형 임대인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각종 세금과 이자 납부만으로도 벅차다는 입장이다.
서울 구로시장 근처에서 3층 규모의 상가를 운영 중인 건물주 A씨는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 대출까지 모아 작은 상가 몇 개 있는 건물을 운영 중인데, 세금이나 이자, 공실걱정하기 바쁘다”며 “몇푼 아끼자고 직접 건물 청소하고 관리하는 임대인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임대인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며 “소상공인 문제는 최저임금 등 정부 정책으로 누적된 것인데, 임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광명시에서 임대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왜 ‘착한 이자’, ‘착한 세금’, ‘착한 관리비’는 없고 ‘착한 임대료’ 만 있냐”며 “이상한 단어까지 만들어 임대료를 인하하지 않으면 마치 ‘나쁜 임대인’이라는 이상한 여론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B씨는 이어 “최근 몇몇 임차인들로부터 임대료 인하요구가 있었다”며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옆 건물은 임대료를 낮춰줬는데 왜 안 깎아 주느냐는 반응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착한 임대인 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이 함께 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기부 관계자는 “경제위기에 동참하시려는 분들이 우리사회에 좀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 착한 프랜차이즈 운동에 동참하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관과 정부가 함께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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