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위기의 항공업계, 촌각을 다툰다
2020-03-11 06:00:00 2020-03-11 06:00:00
일본이 또다시 한국을 향해 도발의 화살을 날렸다. 일본이 5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인 입국자를 14일간 대기 조치하는 등 한국인의 입국을 사실상 막아 버린 것이다. 이에 한국 정부도 6일 곧바로 맞받아쳤다.
 
지난해 7월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1차 도발에 이어 2차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1차 보복 대상은 반도체 산업만을 정조준한 것이었다. 트로이왕자 파리스가 아킬레우스의 복사뼈를 겨냥해 화살을 날린 것과 비슷했다. 그렇지만 이번 2차보복은 전체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감행됐다.
 
1차 도발이 자행됐을 때는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이 벌였다. 일본 제품을 사지 말고 일본 여행도 가지 말자는 운동이었다. 그리고 그 효과가 제법 컸다.
 
이번 경우는 다르다. 처음부터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막으면서 한국과 일언반구 상의도 없었다. 그러니 한국정부도 똑같은 조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정부의 분석대로 일본의 조치에는 다분히 의도가 깔린 듯하다. 아베 일본 총리의 입장에서는 최근 크게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묘약'이라고 생각했을 듯하다. 그런데 방법치고는 1차 보복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야비하다.
 
사실 한국은 지금 코로나19 때문에 전례 없는 곤란을 겪고 있다. 이럴 때 이웃나라로서 어떻게든 서로 도울 궁리를 하기는커녕 일방적으로 차단해 버리니 최소한의 공감능력도 없는 듯하다. 등 뒤에서 칼을 꽂은 것이나 다름없다.
 
일본의 조치와 한국의 맞대응으로 인해 한국인은 이제 당분간 일본에 여행하러 갈 생각을 아예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이로 인한 어려움도 정부가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된다. 지금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커다란 경영난에 빠진 항공업계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일본의 1차 경제보복 이후 줄곧 대형 악재의 연속이다. 일본 여행 가지 말자는 운동 때문에 일본노선은 곤두박질쳤다.
 
올 들어서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일어나면서 2번째 풍파를 맞았다. 그리고 이번에 3번째 큰 풍파를 얻어맞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항공업계는 일본을 오가는 항공노선을 대부분 세웠다. 제주항공·티웨이항공 등 저가항공사는 물론이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도 마찬가지다. 제한적으로 1~2개 노선만 유지하거나 모든 일본 노선을 중단했다. 이로 인한 항공업계의 타격은 메가톤급이다.
 
진실로 항공사들은 지금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대형 항공사나 계열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맷집이라도 크지만 독립 저가항공사들은 이마저 약하다. 은행 등 통상의 금융절차로는 자금을 대출받기가 어렵다고 호소한다.
 
그래서 저가항공사들은 최근 정부를 향해 SOS를 보냈다. 지난달 27일 6개 저가항공사가 사장단회의를 열고 긴급자금을 지원해 주고 공항사용료 및 항공기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감면해 달라고 건의했다. 항공사 노동자의 고용유지지원금 인상도 요청했다.
 
항공사들은 아울러 스스로 돕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임금 반납 또는 삭감은 기본이고, 무급휴직 또는 희망휴직 등 여러 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종업원을 되도록 내보내지 않고 끌고 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정부도 화답해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미온적이다. 이를테면 공항사용료 감면 요청에 대해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이 없다. 애초 내놓은 공항사용료 징수유예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런 자세로 항공사들이 위기를 탈출할 수가 없다.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탈출하고자 몸부림칠 때 그 고통을 함께 짊어질 자세를 보여야 한다. 공항사용료를 감면해 주면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기업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 걱정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어려울 때 공기업인 인천공항공사도 그런 어려움을 감수할 자세를 갖춰야 한다.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위기탈출의 첫 관문이다.
 
지금 항공사들이 너무 많고 다 살아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정부는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일리 있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항공사의 체력을 너무 약화시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자칫하다가는 업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
 
이번 위기가 언제 끝날지 지금 예측하기 어렵다. 그러니 업계의 숨통이라도 우선 터줄 필요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위기탈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리고 질질 끌지 말고 서둘러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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