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SK이노베이션 조기패소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며 소송의 양상이 '사실 가리기'보다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눈치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 공장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1조9000억원을 들여 1공장 건설을 시작했는데 이로부터 10개월 만에 추가 투자에 나서겠다고 최근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는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는 내용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발표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발표가 배터리 소송 조기패소를 예상하고 이에 대한 후속조치인 수입 제한이라도 막아보자는 속내라고 보고 있다. 조기패소 시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핵심 부품들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대통령이 ITC 판결을 기각하면 수입 금지 조치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투자는 주 역사상 역대 최대 규모로, 1공장 설립으로 2000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이 증설 시 경제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수입 금지 조치를 막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본 것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이 '눈치전'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자사 배터리를 든 LG화학(왼쪽), SK이노베이션(오른쪽) 연구원들. 사진/각사
SK이노베이션이 이러한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그동안 미국 정부가 ITC 권고를 거부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지아주 투자를 늘려도 수입 금지 조치는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ITC 권고에 대한 역대 미 정부의 거부권 행사는 6건 정도였다.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며 내린 ITC의 수입 금지 권고를 거부했는데, 이는 25년 만에 행사한 거부권이었다. 당시에도 업계와 국제사회에서는 미 정부의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미 정부가 LG화학이 문제 삼은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사건에 대해서는 아직 거부권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점도 언급된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미국 사회 윤리적 잣대가 높아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적 이득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 편만 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공장 건립 공사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다만 ITC가 진행한 소송 중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소송 건수가 많지는 않다. 2017년 ITC에서 진행한 소송 117건 중 영업비밀 침해는 1건뿐이었다. 2016년에도 3건만이 올라왔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이 진실 공방을 포기하고 LG화학과 합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기패소가 유력한 만큼 항소해도 SK이노베이션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과를 이끌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서 질 것을 염두에 두고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니다"라며 "배터리 물량을 추가로 수주하면서 2공장 설립을 검토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입 제한 품목은 배터리 완제품이기 때문에 제재를 받더라도 현지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ITC는 LG화학이 요청한 조기패소에 대한 판결을 이달 안에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조기패소 결론이 나오면 오는 6월 예정인 예비판결을 대신하게 된다. 최종판결은 10월이며 조기패소 시 앞당겨질 수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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