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오는 3월 열리는 각사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지분율 5%이상의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 국민연금공단의 이통 3사 지분율은 SK텔레콤 11.12%, KT 12.58%, LG유플러스 10.74%다. KT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최대주주이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사가 속한 그룹의 지주사인 SK㈜와 ㈜LG에 이은 2대 주주다.
이통 3사는 이동통신 가입자들로부터 받는 통신요금을 통해 올리는 무선 사업이 주요 매출원이다. 휴대폰은 이미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만큼 이통사들은 무선 사업에서 지속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이제껏 이통사들은 국민연금공단에게 안정적인 투자처였다. 하지만 국내 이통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이동통신 가입 회선 수는 인구보다 많은 약 6868만으로 인구 수를 넘어섰다. 또 선택약정할인율 상향(20→25%), 취약계층 통신비 추가 할인 등 정부의 통신비 인하 압박과 5세대(5G) 통신에 대한 투자 증가로 이통 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서는 장기 수익 창출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의 최고 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2월27일 국민연금의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대상 기업과 범위, 절차 등을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가이드라인은 국민연금이 투자한 기업 중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가 추락했지만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을 대상으로 국민연금이 이사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적극적 주주활동 대상 기업에 대한 제안 내용은 상법,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적절한 내용을 기금위가 결정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이 민간기업의 정관 변경, 이사 선·해임 등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은 이제껏 이통사의 주주총회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 특별한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3월 주총을 앞두고 있는 이통사들은 국민연금공단의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주총에서 이통사들은 정관변경을 통해 새로운 사업목적을 추가하거나 신규로 사내·외 이사를 선임하는 등의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킨 바 있다. SK텔레콤은 김석동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당시 하성호 CR센터장·박진효 ICT기술센터장 등 4명의 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했다. KT는 김인회 경영기획부문장 사장과 이동면 미래플랫폼사업부문장 사장을 사내이사로, 김대유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수석비서관을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는 회사의 미래 가치 제고를 위해 통신외에 인공지능(AI)·클라우드·사물인터넷(IoT) 등의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투자를 늘리는 과정에서 한동안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회사의 활동과 관련해 의견은 낼 수 있지만 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할 여지가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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