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이나 폭행하는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한진가 3남매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의 상습폭행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경비원과 운전기사의 증언이다. 그간 공개된 녹취와 영상과는 전혀 다른 이 증언에 여론이 들썩이고 있다. 이명희 고문은 지난 14일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퍼붓고 폭행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증언한 이들은 이 고문 밑에서 일하고 있는 '현직' 직원들이다.
이날 경비원은 이 고문이 야단칠 때 욕설도 하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고함을 친 적은 있지만 욕먹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뿐 아니라 다른 경비원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고문이 야단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꾀부리고 (일을) 안 했다가 혼났다"며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운전기사 역시 이 고문으로부터 욕설을 듣거나 폭행을 당한 적이 없으며, 이러한 상황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두 직원 모두 이 고문의 성격이 급하고 엄한 편일뿐 알려진 것과 같은 행위는 없었다는 말을 반복했다. 재판장에 들어설 때 다소 굳은 표정이었던 이 고문은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들에 떠날 때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엷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이 고문은 2011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운전기사 등 9명에게 22차례에 걸쳐 소리를 지르며 욕하거나 손으로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8년 4월 인천 하얏트호텔 증축공사 현장에서 서류를 집어 던지고 직원을 밀치는 영상이 공개되며 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이후 수행기사에게 삿대질을 하고 고성을 지르며 욕설을 하는 영상이 추가로 드러나고 직원들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증언도 이어지며 사회적 공분을 샀다. 문제가 불거지면 거액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사태를 무마했다는 주장도 있다.
공개된 영상과 녹취, 증언이 충격적이었던 만큼 이와는 전혀 다른 두 증인의 말에 국민은 또 한번 분노했다. 사실이 아닌 증언을 했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기사에는 증인들을 향한 인신공격성 댓글도 쏟아졌다. 경비원과 운전기사가 이날 위증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위증 여부와 상관없이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아쉽다. 애초에 갑질 논란이 없었다면 이들이 증인으로 법정에 설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누리꾼들도 증인들이 사실을 말하지 않았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애잔하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날 경비원은 빙판길에서 넘어져 뇌출혈을 입었을 때 이 고문이 그만두지 말라고 말렸다며 "은혜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직원의 쌀이나 반찬을 챙기거나, 가족과 제주도로 여행을 갈 수 있도록 숙박비 등 경비를 대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증언이 진실이냐보다 증인들이 이날 밝힌 이 고문의 따뜻함이 진실이기를 바란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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