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KT 차기 회장 후보군이 37명으로 확정된 가운데 대결 구도가 점차 선명해지고 있다. 전직 장관 출신인 정동채·노준형 전 장관들과 KT 출신인 임헌문 전 사장 등 3강으로 주요후보군이 압축되는 분위기다.
3일 KT의 새 회장 인선작업을 잘 아는 관계자들에 따르면 KT회장 후보로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전문성과 더불어 정부를 상대로 한 협상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받으면서, 참여정부 시절 전직 장관들과 KT 출신 ICT 전문가가 유력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KT는 지난 2002년 공기업에서 사기업으로 전환됐지만 정부 입김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경쟁사 대비 막강한 규모를 자랑하는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가 여전히 KT를 국가 최대 기간통신사로 인식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듭되는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KT 회장 선임에 대한 관심을 과감히 놓치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왼쪽부터)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임헌문 전 KT 사장. 사진/뉴시스
현재 후보군 중 우선 무게감 있는 인물로는 전직 장관 출신인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꼽힌다. 노 전 장관은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부터 2007년까지 ICT 관련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냈다. 장관에 오르기 전까지 정보통신부에서 초고속통신망구축기획과장·정보통신정책실 정보망과장·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해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장관 퇴임 이후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총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경영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다만 현 정부와 긴밀한 끈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매번 벌어지는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KT 내부에서는 어차피 정부 입김을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 어느 정도 보호막이 있는 편이 낫다고 보고 있다.
이 점에서는 차라리 현 정부에도 지분이 있는 정동채 전 장관이 우위에 있다는 게 내부 평이다. 다만 정 전 장관은 문체부 장관 출신이어서 IT 전문가는 아닌 데다가, 무죄 판결이 나긴 했지만 과거 비리 연루 의혹이 다시 불거져나올 수 있어 변수가 될 수 있다.
두 장관 모두 참여정부 시절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이 선임될 경우 '낙하산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특히 KT가 전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정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KT 내부 출신인 임헌문 전 KT 매쓰 총괄사장이다. 임 사장은 KTF 시절부터 마케팅연구실장, 단말기전략실장에 이어 KT에서 홈운영총괄 전무 등을 역임했다. 이후 충남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황창규 현 KT 회장이 다시 영입해 커스터머부문 부문장에 이어 Mass 총괄 사장까지 지냈다. KT 출신으로 현장을 경험한 ICT 전문가라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KT지배구조위원회는 회장 후보자 37명 중 외부 후보자 30명에 대한 평판 조회 자료를 검토 중이다. 지배구조위는 이달 중순까지는 검증 작업을 거쳐 압축한 후보를 KT 회장후보심사위원회로 넘긴다는 방침이다. 회장후보심사위는 압축된 후보들을 대상으로 심층 평가 작업을 진행한 후 심사의견을 이사회에 보고한다. 이사회는 후보자들 중 1인을 회장후보로 확정해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한다. KT 차기 회장은 내년 정기 주주총회(통상 3월)에서 최종 선임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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