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1월은 '외교의 달'이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과 돌파구가 묘연한 한일 갈등, 미래 먹거리인 '신남방정책'까지 각종 현안을 두고 숨가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다음 달 3∼5일 태국 방콕을 방문해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한다. 13∼19일에는 멕시코 공식 방문과 함께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나선다. 25∼27일에는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제1회 한·메콩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약 2주간 지구를 한 바퀴 이상 돌면서 수십 명의 해외정상과 양자회담을 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9월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특히 아세안+3 정상회의에는 중국과 일본 정상의 참석 가능성이 거론되며, APEC 정상회의에는 미국과 러시아 정상의 참석이 유력하다. 청와대 측은 정상회담 일정에 대해 "아직 조율 중"이라는 설명이지만,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격인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문 대통령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예상 이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북한이 '연말'이라는 시한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미 협상의 '촉진자' 역할에 나설지 주목된다. 특히 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10번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북미 간 접점도출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이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로 경색된 한일 관계 역시 11월 중에 실마리를 풀어야할 문제로 꼽힌다.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아베 신조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했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한일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가 종료되는 내달 22일 전에는 양국 정상이 직접 만나 일종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아세안과 APEC 두 차례의 기회가 남아있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본궤도에 올리는 일도 중요한 이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아세안·인도 외교를 주변 4강과 유사한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공약했고, 임기 내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목표도 올해 조기 완수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한 유일한 한국 대통령이다.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아세안은 '세계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불리며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 및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역할뿐만이 아니라 소비시장 및 직접투자 시장 아세안의 전략적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은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지난 30년 간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맺어온 관계를 돌아보고, 미래 30년을 열어갈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두달 여 앞둔 9월1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아세안문화원을 방문해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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