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선박 개조산업의 전망이 긍정적이다. 국내 중소형조선소업계가 일감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 진출도 염두해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높은 인건비와 선박 개조를 위한 설비 부족 문제 등은 해결해야할 문제점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현재 18만톤급 벌크선, 30만톤급, 32만5000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에 스크러버 장착을 위한 설계 작업이 한창이다.
스크러버는 오는 2020년부터 강제화되는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환경규제에 대응하고자 장착된다. 선사들은 스크러버 장착으로 기존의 선박 연료 고유황유(벙커C유)를 계속 사용해 연료비용 저감을 기대할 수 있다.
환경규제가 내년 발표되는 만큼 올해는 현존선의 스크러버 장착 공사가 활발하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내년부터 모든 선박에 스크러버가 장착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개조공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형 조선소가 선박 개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중무역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대외 여건 불확실성으로 발주량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중형조선소 관계자는 "일부 조선소는 신조선 수주가 어려워지자 선박 개조 물량이라도 받아 일감을 확보하려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선박 개조시장은 올해부터 2024년까지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선사들은 황산화물 규제에 이어 오는 2024년 9월까지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를 장착해야 한다. 황산화물 규제는 스크러버 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전환, 저유황유 등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BWTS는 전 세계 모든 선박이 필수적으로 달아야 한다. 전 세계에는 탱커, 벌크선만 하더라도 각 1만척이 넘어간다. 개조가 필요한 선박 규모가 그만큼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외에는 싱가포르 주롱조선소(Jurong Shipyard), 중국 대련대양선박수리유한공사, 독일 블롬플루스포스(Blohm+Voss) 등이 최대 50만톤 규모의 선박을 개조할 수 있는 도크를 갖추고 있다. 이들은 연간 100~220여척 수준의 선박을 수리 또는 개조하고 있다.
국내에는 몇개 업체만이 수리·개조업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오리엔트조선, 여수해양, 대불조선, 삼강 S&C 등이 3만톤급 이하의 소형선 위주로 선박을 개조하고 있다.
부산시 사하구 오리엔트조선의 부산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선박 개조 시장 전망이 밝음에도 국내 중소형조선소가 관련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높은 인건비와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다. 선박 수리·개조에 따른 이익은 신조선 건조에 비해 낮기 때문에 한국의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선박 개조와 신조선 건조에 투입되는 설비가 다르다. 선박 개조를 위해 또 다시 설비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당장은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 개조 수요가 많지만,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중소형 조선소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마당에 새로운 설비 투자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지속적인 이익이 창출돼야 한다"면서 "수리개조업이 워낙 부침이 심한 산업이고 중국도 낮은 가격으로 일감을 가져가고 있어 쉽게 진출하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돌파구는 국내 스크러버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해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선주사는 스크러버 제조사와 개조공사, 설계, 자재공급 등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제조사가 스크러버를 설치하는 조선소를 국내 조선소로 선택할 경우 수요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줄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크러버 제조사가 국내 조선소에게 개조를 맡길 경우 중소형조선소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물론 조선소도 선박 운항 스케줄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인력을 추가로 투입해서라도 개조공사를 제때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경규제 강화로 시장 전망이 밝으니 국내 중형조선소가 기회를 잡았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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