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업계가 울상이다. 올해 수주량은 지난해의 반토막이 났고, 선박 건조 가격도 하락세다. 게다가 철강사가 후판가 인상을 예고하면서 원가부담마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6일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을 나타내는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6월 130.88포인트로 전월과 동일했다. 하지만 7월에는 130.54포인트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8월 초 기준으로는 130.17포인트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올 초 신조선가지수는 130.55포인트로 출발했다. 선가는 지난해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등락을 반복했다. 그러다 하락세가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컨테이너선가지수 하락이 전체 신조선가지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컨테이너선은 지난 6월 81.42포인트 기록 후, 7월 80.3포인트로 1포인트 이상 빠져나갔다. 이달 초에는 80.02포인트로 하락세가 멈추지 않았다.
선가지수가 하락하는 것은 일감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전세계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2.3% 하락한 1026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집계됐다. 국내 조선업계 수주량도 50.7%나 줄어든 317만CGT에 그쳤다.
이에 수주잔량(남은 일감)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국내 조선업계의 연초 수주잔량은 2253만CGT에서, 7월 말 2031만CGT를 기록했다. 지난 7개월 동안 222만CGT 줄어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여기에 후판가 인상으로 원가상승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조선업계는 철강업계와 하반기 후판가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철강사는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후판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조선업계는 후판가 인상에 선가 하락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수주잔량 감소에도 건조량(인도량)을 쉽게 줄일 수 없다. 건조량을 줄일 경우 유휴인력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사 입장에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계속해서 들어가는 상황에서 건조량을 줄여 유휴인력을 늘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반기 수주량이 대폭 줄어든 만큼 하반기에 수주량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신조선가는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 후판가 상승분이 반영될 경우 선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 지난해 신조선가 상승을 이끌었던 것은 액화천연가스(LNG)를 대량 수주와 후판가 인상이다. 올해 수주량은 지난해에 못 미치지만 후판가격이 인상되면 제조원가도 상승하면서 선가도 오를 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예상보다 수주량이 크게 줄면서 수주잔량도 하락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철강사들이 후판가를 올릴 경우 지난해처럼 신조선가도 소폭이나마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