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올해 초 동구 가양2동, 서구 갈마1동, 유성 진잠동·원신흥동·온천동에 자치지원관을 채용토록 약 12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내년에는 연간 4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80여개 동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풀뿌리민주주의와 모순을 갖는다는 시각이 팽배해 자치지원관의 필요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자치회로 확대, 변경됐다. 그동안 동사무소는 주민자치회와 긴밀히 연결돼있다. 여기에 연간 4000만원을 지급하기 위해 인력을 투입한다면 공무원들이 제대로 역할을 못해왔다는 것이 된다.
대전에서 유일하게 자치지원관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중구청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박용갑 중구청장은 “이미 주민자치위원회 등 자생단체가 많이 있다. 시범사업 기간이므로 자치지원관의 필요성 여부를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어 제기되는 부분은 풀뿌리민주주의의 역행이다. 주민자치회는 직·간접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대표를 선출, ‘무보수’로 활동 중이다. 자치지원관은 ‘자치’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선출방식이나 공론화 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자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관치’인지가 논란을 낳고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공고 게시 기간이나 공고내역 삭제 등 여러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지난 선거에 역할을 했던 인물의 자녀가 자치지원관으로 채용되기도 했고, 유명 시민단체에 근무했던 이들이나 한 사람의 인맥으로 집중되는 이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한 인사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못한 채용이 있었던 것은 목적이 분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분명한 목적이 없었기에 수단도 매끄럽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축인 지방의회 의원과의 형평성이다. 지방의원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행정에 건의하고, 견제,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예산 승인과 감시 권한을 갖고 있는 의원이 주민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대덕구의 경우 중선거구제로 인해 비례대표 1명을 포함해 총 8명의 의원이 있다. 의원 1명이 최소 3개~5개의 지역구를 관리하는 지역 대표인 것이다.
자치지원관은 내년에 총 11명이 채용될 예정이다. 이보다 조금 적더라도 현재 대덕구의회 의원들보다 숫자는 더욱 많아지게 된다. 대덕구의회 의원의 의정활동비는 연간 3900만원도 되지 않는데, 이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는 자치지원관을 의원들보다 더 채용한다는 것에 정치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자치지원관의 역할이 이미 동장이나 통장 등에게 나눠져 있기 때문에 채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차라리 동장들의 재량사업비를 확대해 주는 게 더욱 효율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국 자치지원관 제도는 풀뿌리민주주의를 역행하거나 훼손하고, 행정기관이나 지방의회, 주민자치회, 통장 등의 업무를 일부 차용해 억지로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김종연 충청지사 부장(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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