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속가능발전목표와 제주 제2공항
2019-07-01 06:00:00 2019-07-01 06:00:00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
24조원대 23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와 DMZ 등 접경지역의 13조원대 225개 사업 종합계획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는 주로 토목·건축을 통해 균형발전을 도모한다는 방침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예타 면제 사업 중에는 8000억원대 새만금공항 계획도 들어 있다. 새만금공항은 같은 권역에서 소멸됐던 김제공항 계획의 부활이다. 이래저래 지금 우리나라에는 신공항 건설 붐이 일고 있다. 울릉도와 흑산도에 이어 제주도 제2공항까지 가세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한때 심의회 등에서 울릉도공항과 흑산도공항을 대 일본용, 대 중국용 국방 전진기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도 했다.
 
토목과 건축은 공사기간 중 지역경제에 잠시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간의 경험을 보면 공항과 항만, 도로, 스포츠시설 등 다수 토건사업들은 공사가 끝나면 지속효과나 파급효과가 없이 관리비만 잡아먹는 애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토건세력이 여전히 주류를 차지함은 사업을 결정하는 국회와 정부 부처들의 공공선택이 파레토 최적과 무관하게 집단이익에 의해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2공항 논쟁에 휩싸인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행로도 '바다 건너 불'이 아니다. '평화의 섬'을 표방하던 제주는 세계환경수도 구상을 동북아 환경 허브로 축소시키는 한편,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건설했고 노형동에 중국자본의 거점인 드림타워를 세운다.
 
제주도 제2공항 건설은 제주 시민사회단체들의 일관된 반대와 다수 전문가들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논리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사업자(국토교통부) 측이 실시한 타당성조사는 수많은 쟁점들을 기본계획에 떠넘겼고, 기본계획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매뉴얼에 충실하지 않은 자의적 타당성조사를 바탕으로 입지(성산)를 선정해 수립됐다. 기본계획은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먼저 인프라 확충 관련 여건 분석이 필요하다. ICAO 매뉴얼(5.5.11.)은 해당 국가의 관련 법제도를 기반으로 입지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타당성조사에서는 공항건설로 유발되는 제주도 내 정주여건·교통혼잡·주거평온 등 사회경제적 영향에 관한 검토가 결여됐다. 공항건설로 인한 사회경제적 영향은 당초 기획재정부 예타 항목에 포함돼 있었으나 도시교통정비촉진법(제15조)에 따른 교통영향평가에 포함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입지선정에 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ICAO 매뉴얼에 따라 사회경제적 영향이 '규격에 따라 그리고 적정하게' 고려되었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공항건설 등 대규모 토건사업은 주변의 토지가격을 상승시키기 때문에 이주민들은 보상비로 인근에 같은 규모의 살림을 장만할 수 없다. 보상이 능사가 아니다. 개발사업은 사회경제적 영향평가가 필수다.
 
다음으로 생태적 변화 등에 관한 환경영향이 평가돼야 한다. 공항건설로 유발되는 지하 동굴계의 파괴, 대수층의 단절, 생태계 교란, 대기·수질 오염과 소음 증가 및 육상과 수중의 폐기물 증가 등에 관한 환경영향이 적절히 평가돼야 한다. ICAO에서 검증을 요구하는 환경영향은 국내 환경영향평가법에 규정된 전략환경영향평가와 함께 환경영향평가가 수행되기 전에 조사·연구되었어야 하는데, 사업자 타당성조사는 이를 기본계획 단계로 떠넘겼다. 이제라도 생태적 변화 등 환경영향이 ICAO 매뉴얼(5.6.3.)에 따라 '적정하게' 검토되었는가 평가해야 한다.
 
나아가 관광객 추이와 제주공항 처리능력도 살펴야 한다. 선행 타당성조사는 전문가 델파이 방식을 원용해 2045년 관광객 수요를 측정했고 "기존 제주공항의 처리능력 부족 때문에 관광객 증가가 둔화된다"는 한국은행(제주본부) 자료를 인용했지만, 이는 과학성과 객관성을 결여했다. 수요예측을 보강할 수 있는 객관적 예측방법이 원용돼야 한다. 아울러 "관광객 증가 둔화가 제주의 혼잡성 내지 젊은이들의 관광패턴 변화에 기인한다"는 제주대학교(관광경영학과)의 연구결과를 참조해 관광 수요 변화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가 과잉관광으로 인해 주민과 상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제주의 관광객 수용능력이 연간 1000만명으로 조사했는데, 현재 관광객은 1500만명에 이른다. 이미 50%가 과잉이다. 공항건설 사업자 측은 이 관광객이 연간 22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의 수용능력과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고려하지 않은 책략이다. 제주 제2공항으로 제주가 더욱 혼잡해지면 제주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불가하다. 사회경제적 인프라와 자연환경의 생태적 수용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관광객수 증가는 UN이 천명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와 무관하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는 무모한 구상들을 과학적으로 정밀하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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