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숫자는 객관적이다. 동시에 주관적이다.
숫자가 크면 클수록 사람에게 공포감을 준다.
병의 치사율이 1%라고 할 때 보다 1만명 중 100명이 사망한다고 할 때 공포감은 더 크게 다가온다.
주장을 더 설득력 있게 보이도록 하려고 숫자를 부풀리는 일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청소년의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이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인 여성가족부도 이런 유혹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 게임을 강제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성부는 심각한 인터넷·온라인 게임 중독의 폐해를 막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주요 근거의 하나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2008년에만 게임 중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최소 8000억원에서 최대 2조2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중독으로 인한 PC방 사용료를 2008년 최소 2800억원에서 최대 4900억원으로 추산했고, 학생들이 게임 때문에 공부를 하지 않아 생기는 '인적자본 축적 저하 비용'도 최소 4680억원에서 최대 1조57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렇게 산출된 숫자에 대해 어이 없어 하는 분위기다.
한 PC방 관계자는 “PC방 사용에 따른 피해액이 4900억원이라고 하는데, 국내 PC방 전체 시장 규모보다 더 큰 액수”라며 "주요 정부부처가 어떻게 이런 계산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PC방은 엄연히 국가가 인정하는 사업인데 그 매출을 사회적 피해비용이라고 치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인적자본 축적 저하 비용'이라는 생소한 개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 고등학생은 “그런 식으로 따지면 식사시간, TV시청시간, 목욕시간, 수면시간 등 공부할 때를 제외한 모든 것이 사회적 피해피용이라는 것 아니냐"며 "학생을 오로지 공부만 하는 기계로 보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발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여성부가 게임의 산업적 측면은 애써 외면하면서, 사회악으로만 몰고 있다"며 "그 근거조차 황당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어, 법 개정의 설득력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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