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자사주 매입과 기업설명회(IR) 등을 잇달아 추진하며 주가 부양에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선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대내외 불확실성과 서민금융정책 등 수익성을 제약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아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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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086790)는 오는 24일 KB증권과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총 3000억원 규모로 단행되는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은 주가 안정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것으로, 하나금융이 자사주를 현금으로 매입하는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만이다. 통상 자기주식취득 신탁 계약은 주가 하락을 방어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비하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로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자사주 취득에 대해 “주가가 실적 대비 저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적기라고 본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주가 부양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룹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고 주가를 올릴 것이라는 일종의 시그널을 내놓은 셈이다. 특히 하나금융은 이번 계약으로 자사주 미보유에서 2.5%의 보유율(750만주)을 달성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도하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8년 이후 첫 취득으로 전체 시가총액 대비 2.7%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으로써 주가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김기홍
JB금융지주(175330) 회장은 이달 초까지 총 2만500주를 매입했으며, 계열사 경영진들도 18억원 규모(약 33만주)의 자사주를 취득했다. 이에 앞서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은 지난 3월 1000주를 장내 매수해 총 2만1000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월 우리금융지주 상장과 함께 자사주 매입에 나선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자사주 5000주를 추가 매입하며 총 5만8127주를 갖고 있다.
그룹 CEO나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자사 주식의 저평가 상황을 타개하고, 회사 가치를 키우겠다는 책임 경영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 성과와 그룹 방향성에 대한 자신감을 자사주 매입을 통해 보인 것이다.
올해 하반기 그룹 수장들의 해외IR도 지속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4월과 5월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일본 등에서 기관 투자자들을 만났던 조용병
신한지주(055550) 회장은 올해 하반기 영국과 북유럽 등 지속가능경영(ESG) 투자에 관심이 높은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아울러 노르웨이 국부펀드(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 네덜란드 연기금(APG) 등 ESG 분야에 전문성이 높은 연기금과 기관투자자도 직접 만나 신한금융의 지속가능경영(ESG)을 투자자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확정되진 않았다”면서도 “글로벌 부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기관투자자들과의 만남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홍콩과 도쿄에서 해외 IR을 진행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또한 오는 8월 경 미국 등 북미지역 해외 IR에 나설 방침이다. 외국인 주주의 이탈을 막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차원이다.이와 함께 국내 기관투자가들과의 IR도 실시하기로 했다. 이밖에 지난 4월 홍콩과 호주 지역을 방문했던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올 하반기 유럽 등으로 출장길에 오를 계획이며,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또한 해외 IR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주가는 희비가 갈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신한지주는 전날보다 0.88% 오른 4만6000원에 장을 마쳤으며 KB금융은 4만5750원으로 전날보다 2.35% 증가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3만7250원으로 0.67% 떨어졌으며 우리금융은 1만4400원으로 2.13% 올랐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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