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바이오제약업계 선두 기업들은 유가증권시장 지배구조 선진화 규정을 비교적 잘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준수 평점이 시장 평균보다 높았다. 의약품 수출을 위해 까다로운 글로벌 기준을 만족해야 하는 만큼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기업지배구조 보고서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 사업보고서 제출일부터 2개월 내 공시하는데 전날이 마감일이었다. 거래소는 당일 보고서를 공시한 161개사가 지배구조 핵심지표 15개 항목 중 평균 8.01개(53.4%)를 준수했다고 발표했다.
그 중 공시대상인 바이오제약업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녹십자홀딩스, 유한양행 등 4개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장 평균인 8개를 지켰다. 4주 전 주주총회 소집 공고나 주주총회 집중일 개최 등에서 점수가 누락돼 내년 개선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이 회사는 법령상 설치가 의무화 된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외에도 경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총 5개 위원회를 구성해 이사회 구조 개선 노력이 돋보인다.
녹십자홀딩스는 9개를 지켜 평균을 끌어올렸다. 특히 이 회사는 다른 상장사들이 도입을 꺼려하는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를 자발적으로 도입해 눈길을 끈다. 해당 제도는 경제민주화 취지로 상법상 의무화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재계 반대로 국회 통과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전자투표제는 인터넷 방식으로 투표함으로써 주총 참석이 어려운 주주들도 배려한다. 셰도보팅 폐지 후 의결권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재계에서도 이 제도는 크게 반대하지 않는데, 자발적 도입은 주저하는 눈치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출 시 주당 1표가 아니라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몰아주기가 가능해 재계는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며 강하게 반대한다. 재계를 통틀어서도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전문경영인체제인 KT&G 정도만 눈에 띈다.
10개 항목을 준수한 셀트리온과 유한양행 역시 두 제도는 아직 도입하지 않았다. 양사는 대신 감사기구 항목에서 만점을 획득했다. 셀트리온은 또 나머지 3개사가 지키지 못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항목을 충족했다. 시장에서는 경영 견제기능을 위해 두 권한의 분리를 권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전부터 지배구조 선진화 사례로 잘 알려진 집단이다. 재벌총수기업집단과 달리 공익법인이 최대주주로서 전문경영인체제가 안착돼 있다.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의 뜻에 따라 총수일가가 회사경영에서 완전히 배제된 독특한 지배구조다.
바이오제약업계에는 이밖에도 의무공시 대상은 아니지만 동아에스티가 자율적으로 보고서를 내놨다. 이 회사는 평균보다 낮은 7개를 지켰지만 전자투표를 실시하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는 등 내실은 준수한 편이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4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9'에서 유한양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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