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법, 그 최소한의 도리
2019-04-29 06:00:00 2019-04-29 06:00:00
"법, 그거 최소한입니다. 사람들끼리 살면서 정말 지켜야 할 최소한…."
 
영화 '공공의적2' 강철중 검사는 자신이 혐의점을 잡은 피의자를 윗선의 제지로 제대로 수사 못 하는 현실을 한탄하며 최소한의 도리도 다하지 않는 이를 처벌할 수 없다면 차라리 옷을 벗겠다고 선언한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도를 넘어선 행위를 보면서 '최소한의 도리'를 강조한 이 장면이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7일 디스크 통증을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신청하자 지지자인 한 유튜버는 허가 권한을 가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자택 앞에서 "차량 번호를 다 아니까 일부러 차에 가서 부딪혀 버리겠다", "자살특공대로서 너를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막말·협박했다. 박 전 대통령의 신청을 허가하도록 윤 지검장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형 집행정지에 대한 결론이 있기 전 대한애국당과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 등이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박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것은 차라리 평화롭게 보일 정도다. 신변 위협을 느낀 윤 지검장은 25일 경찰에 신변보호조치를 요청했고 서울 서초경찰서는 경찰관 4명과 순찰차 1대를 동원해 윤 지검장의 퇴근길에 동행했다. 
 
보수단체들의 과격 시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 보수단체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한 박영수 전 특별검사 집 앞에서 야구방망이를 들고 박 특검의 신변을 위협하고 박 특검 사진을 불태우는 화형식까지 진행했었다. 신변 보호를 받던 박 특검이 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자 한 50대 여성은 "특검이 정당하게 수사하지 않았다"고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불과 2년 만에 또다시 법과 상식을 벗어난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법 집행 기관을 상대로 한 협박과 폭력 선동은 그 자체로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로서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며 검찰에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해 엄단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은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 형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불허했다. 박 전 대통령 건강 상태가 형사소송법에서 근거로 두고 있는 형집행정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법과 상식에 따른 결과지만,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또다른 돌발 행동이 나올지 우려스럽다. 박 장관의 지시대로 검찰은 최소한의 도리조차 지키지 않는 행태를 엄단해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정말 최소한을 지키지 않고 있지 않은가. 
 
김광연 사회부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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