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STX조선, '부활 뱃고동' 울리나
중국, '화이트리스트' 제도 5년만에 폐지 결정…국내 중형조선사 시장 확대 기회
2019-04-18 00:00:00 2019-04-18 00: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중국 정부가 경쟁력 있는 조선소만 살리기 위해 만든 ‘화이트 리스트(White List)’를 5년여 만에 폐지키로 함에 따라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등을 생존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스플래시 및 마리타임 이그제큐티브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 부처인 공업신식화부(MIIT)는 이달 초 성명서를 통해 “선박산업규범조건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선박산업규범조건을 제정했다. 아울러 이 조건에 부합하는 조선소만을 집중 지원 및 관리하기 위해 2014년 9월부터 2015년 말까지 3차례에 걸쳐 일명 ‘화이트 리스트’ 71개사를 선정했다. 장기화한 조선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리스트에 포함된 조선소는 정부 보조금 등의 해택을 주고, 그렇지 못한 조선소는 시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번 중국 정부의 결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다 끝났기 때문에 더 이상 화이트 리스트 존재의미가 없어져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앙정부가 조선업계 구조조정에 실패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화이트 리스트로 선정된 조선소들에게 지원을 했음에도 기업회생에 진척이 보이지 않자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는 ‘국가지원 및 국가주도’로 성장해 온 중국 조선산업이 한계를 맞았고, 전체 수출액에서 약 1%, 국내총생산(GDP)에서도 1% 미만으로 비중이 축소된 조선해양산업을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350개에 달했던 조선소를 71개까지 줄였으나 개별 조선소 경쟁력은 기대만큼 향상시키지 못해 정부 지원이 중단되면 추가 퇴출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중국 중앙정부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화이트 리스트 폐지를 시작으로 조선산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2009년 전성기를 구가하던 경상남도 통영 성동조선해양 조선소에 건조된 선박들이 안벽에 정박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의 물량 공세에 밀려 중형 조선사 다수가 무너진 한국 조선산업은 이번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 전환이 부활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때 수주잔량 기준 세계 5위권 안에 속했던 STX조선해양과 육상건조로 특화된 경쟁력을 자랑했던 성동조선해양을 살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으로 탄생하는 한국조선해양(가칭)과 삼성중공업 등 빅2 체제를 받쳐주는 허리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STX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졸업해 자립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역시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해양은 창원지방법원이 지난 15일 3차 매각공고를 내고 새주인 찾기에 돌입한 상태다.
 
정부의 지원으로 부족한 기술력을 메워왔던 중국 조선소들이 정부로부터 외면을 받으면 과거처럼 저가수주를 할 수 없어 화이트리스트에 속했던 상당수의 조선소가 문을 닫을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2~3년간의 보릿고개를 견디면 설계와 건조 기술 등에서 중국에 비교 우위에 있는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게 큰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견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국도 어렵지만 최근 수년간 중국 조선산업은 더 큰 위기를 겪었고, 올해부터 퇴출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흐름에 맞춰 국내 조선산업 구조조정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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