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무료 코인 등을 미끼로 불법 다단계 사업을 벌여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일당이 인공지능(AI)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불법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 5만6201명을 모집해 212억원을 불법 취득한 인터넷쇼핑몰 업체와 코인업체 대표를 비롯한 10명을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형사입건하고 이 중 주범 2명을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사업설명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 자료/서울시
민사경에 따르면, 문제 업체들은 무료 코인, 인터넷쇼핑몰 최저가 이용, 회원 추천 시 수당 지급 등을 내세워 6개월 동안 암호화폐 전문지식이 부족한 퇴직자·주부·노인 등을 회원으로 모집했다.
강남구에 본사가 있는 인터넷쇼핑몰은 전국 200여개 센터가 있어 불특정 다수에게 홍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쇼핑몰 회원가입비로 33만원을 납입하면 10년 동안 저렴하게 숙박, 레저, 상조서비스 등의 상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이들은 쇼핑몰 회원이 다른 회원을 데려올 경우 1명에게 6만원씩 추천 수당을 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늘려나갔다. 최대 총 69단계의 피라미드 구조를 보인 회원도 있었다. 또 회원에게 코인 600개를 무료 지급하고, 희망자에겐 코인당 5~100원에 추가 판매하기도 했다.
또 본인 밑에 하위회원 총 2명을 두면 6만원, 그 밑에 또 2명을 둬 총 4명이 되면 추가 6만원의 후원수당을 줬다. 센터에 등록한 회원 수에 따라 센터장은 21명 이상부터 1인당 2만원의 수당을 받았다.
결국에는 코인 투자실패, 가족 직원 채용, 횡령 등 방만한 경영으로 쇼핑몰이 폐쇄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회원들은 추가 회원을 모집하며 받기로 한 수당 93억원을 받지 못했다. 또 서울시 수사가 시작되면서 코인 거래소도 폐쇄돼 일부 회원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투자금을 잃기도 했다.
이 업체는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원래 임대 운영하던 쇼핑몰을 자체 운영하기 시작했고 노하우 부족으로 판매 제품 목록이 줄면서 기존 회원 이용률과 신규회원 가입이 줄어들었다. 게다가 자금 횡령을 위해 비밀 유지가 가능한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횡령하기도 했다.
다단계 방식의 수당지급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변호사 자문을 통해 확인했는데도 고의적으로 회원가입·수당관리·출금 등의 마케팅 전산시스템을 일본 소재 법인서버에 숨겨서 가동했다.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회원에게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수당 지급 사이트를 폐쇄하는 바람에 회원 200명에게 집단 고소까지 당했다. 다단계 방식으로 금전거래를 한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아울러 이번 수사는 AI 기술을 도입한 수사기법으로 불법 의심 업체를 적발하고 형사입건까지 한 첫 사례다. 온라인 콘텐츠에서 불법 다단계 홍보가 의심되는 게시물이나 이미지를 실시간 수집·저장해 자주 발견되는 패턴을 AI에 학습시켜 불법 키워드를 자동으로 판별하는 방식이다. 시는 작년 다단계, 방문판매 분야를 시작으로 지난 2월부터는 대부업·다단계·부동산·상표·보건의학 등 5개 분야에 AI를 적용 중이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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