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휘 정치부 기자
"서있는 위치가 달라지면 펼쳐진 풍경도 달라진다."
드라마와 웹툰으로 유명한 작품 '송곳'에 나오는 대사다. 그래서일까. 언론인 시절 '부동산 투기'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아내가 저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라고 억울해했지만, 이제는 은행 대출 서류 조작의혹까지 받는 상황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기던 분'(MBC 노조의 표현이다)인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방어의 최전선에 섰다. 윤 수석은 청와대 인사라인의 장관후보자 부실검증 논란에 맞서 "집 3채가 흠이냐, 3500만원 포르쉐가 문제냐"는 발언을 내놨다. 법리적으로는 맞다. 그러나 그 집 한 채가 없어 애타는 서민들의 마음, 연봉 3500만원의 직장을 찾아 헤매는 청년층의 눈물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전적 의미로 대변인은 어떤 사람이나 단체를 대신해 말해주는 사람이다. 즉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의 입장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인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말해주는 사람이다. 청와대의 입으로 정쟁의 플레이어가 되면 안된다.
입은 단순히 말하는 역할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음식을 먹고 몸 구석구석에 전달해주는 역할도 한다. 국민들의 여론을 적극 수렴해 청와대 내부 깊숙하게 전달하는 것 역시 대변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 입이 쓴 것이 싫다며 거부하고 단것만 찾다간 언젠가 몸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보안이 중요한 곳이다. 자연스럽게 폐쇄적이다. 그렇기에 집단사고나 진영논리에 빠지기 쉽다. 내부적으로는 나름 치열한 토론을 거치겠지만, 비슷한 논리구조를 가진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결과가 과연 얼마나 정합성을 가질 지는 스스로 의심하고 또 의심할 필요가 있다.
천주교에는 '악마의 대변인'(Advocatus Diaboli)라는 직책이 있다. 교황청이 어떠한 인물을 성인으로 추대할 때 그가 성인이 될 수 없는 이유를 고의적으로 주장하는 역할이다. 교회가 순간적인 충동이나 단체논리에 빠져 깜냥이 안 되는 이를 성인으로 추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새로 부임할 대변인은 때로는 악마의 대변인이, 때로는 국민의 대변인이 될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한다.
정치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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