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주주행동주의, 결과보다 확산 움직임에 주목해야
2019-03-29 00:00:00 2019-03-29 00: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주주총회가 오늘로 마무리된다. 정기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외 이사 선임 등 항상 올라오는 안건들을 표결에 부치기 마련이나, 올해는 관심이 남달랐다.
지난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이후 국민연금을 비롯해 행동주의펀드부터 소액주주까지, 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이 다수 상정됐기 때문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이번에도 소액주주들의 노력은 역부족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될 모양이다. 이날까지 배당금 확대,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액면분할 등 20여곳에서 주주들이 제안한 여러 안건이 상정됐으나 대부분 부결 소식 뿐이다. 한솔홀딩스는 소액주주 지분이 63.5%에 달했지만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에 밀려 안건이 부결됐다. 아스트는 2대 주주인 카이투자자문이 사외이사 선임을 제안했으나 안건 상정부터 삐걱거리더니 결국 주주제안 2건만 제외하고 모두 승인됐다. 주주행동주의에 불을 붙였던 KCGI도 한진 주총에서 밀렸으니 상황만 놓고 보면 맥이 빠질 법도 하다.
 
다만 지금까지 나온 결과가 주주행동주의의 결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주주제안이 이렇게 활발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도 이달 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의 움직임을 보며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주주제안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안내용도 단순 배당금 확대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경영방향 등에 대한 것으로 다양해졌다. 주주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져야 하겠지만, 그 전에 활발한 주주제안이 나오는 것이 먼저인 만큼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사실 그 자체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도 주주행동주의에 힘을 실어줬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행동주의펀드,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무게가 실려 주주의 반대로 경영권을 박탈당했다는 점에서 주주제안 표결보다 더 큰 결과다. 이미 한진그룹은 KCGI의 주주제안 내용을 받아들여 사외이사 확대와 유휴자산 매각 내용을 담은 경영발전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주식투자를 '평생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표현한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으로서 내가 투자한 기업에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다. 방향이 맞다면 회사를 위해 제안하는 것도 주주의 역할이다. 여러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부결됐다고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주주행동주의의 태동으로 봐야하지 않을까.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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