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김재홍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되면서 창업주이자 할아버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아버지 정몽구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을 본격화하게 됐다. 현대차 및 모비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의 대결에서도 완승을 거두면서 지난해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2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보통주 기준 1주당 3000원 배당안을 가결했다. 표결 결과 현대차 배당안의 찬성률은 86%,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69.5%를 기록했다. 반면 엘리엇이 제시한 1주당 2만1967원 배당안은 찬성률 13.6%, 의결권 있는 주식 대비 11%를 얻는 데 그쳤다.
모비스 주총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이날 서울 강남구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열린 모비스 '제4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1주당 4000원 배당안이 확정됐다. 모비스는 보통주 1주당 4000원, 우선주 1주당 4050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449원 배당안을 각각 제안했다. 표결 결과 의결권 주식 총수의 69%가 현대모비스 배당안에 찬성했다. 엘리엇 제안은 의결권 주식 대비 11% 표만 얻었다.
고배당 제안과 함께 이사회 진입이란 엘리엇의 노림수도 수포로 돌아갔다. 현대차 이사회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3명은 이름을 올렸으나 엘리엇 추천 후보 3명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사회가 추천한 윤치원 UBS 웰스 메니지먼트 부회장, 유진 오 전 캐피탈 인터내셔널 파트너,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각각 참석 주주 대비 90.6%, 82.5%, 77.3%의 찬성을 얻었다. 엘리엇이 제안한 존 리우 베이징 교수, 로버트 랜달 맥귄 발라드파워시스템즈 회장, 마가렛 빌슨 CAE 이사는 각각 15.5%, 17.7%, 16.5% 찬성에 그쳤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22일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이날 주총에서 이원희 현대차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엘리엇이 주주 제안을 내놓지 않아 반대 없이 승인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3명이 선임됐다. 현대차는 앞으로 정몽구 회장, 정의선 부회장, 이원희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4인의 각자 대표 체제로 바뀐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날 주총 이후 임시이사회 결의를 거쳐 현대차와 모비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정 부회장의 그룹 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선임으로 ‘책임경영’ 체제를 완성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엘리엇에 완승을 거두면서 정 부회장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해 5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엘리엇의 제동으로 인해 무산됐다. 하지만 10개월여 만에 열린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확인하면서 이달 내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28일로 예정된 현대오토에버 상장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정 부회장은 19.46%의 지분을 보유해 오토에버의 2대 주주다. 오토에버 상장은 정 부회장이 일부 자금을 손에 쥔다는 측면에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재계 관계자는 “다시 진행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지분이 집중된 현대모비스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모비스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분이 없어 향후 모비스를 통해 계열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형·김재홍 기자 j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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