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일명 '몰카범'들이 떨고 있다. 정준영의 디지털성폭력영상물 촬영·유포 혐의가 연일 보도되면서 사회적 비판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이것이 강제수사의 강도와 재판 양형에 영향을 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터넷 카페 화면 캡처.
14일 성범죄 관련 조사·재판 등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 게시판을 보면, 이번 사건이 불거진 지난 12일부터 '몰카범'들이 동요하고 있다. 이 카페 회원수는 이날 기준 8500여명으로 이 분야 최대 규모다. 한 회원이 “안 그래도 시국 최악이었는데 이젠 카촬(카메라 촬영) 실형도 가능할 듯.”이란 글을 올리자 다른 회원들이 “저도 답답하네요, 여론이라는 게 무서운데.” “오늘따라 유난히 힘듭니다.”라는 댓글을 달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 “승리, 정준영 때문에 괜히 걱정이네요.” “기사 볼 때 마다 저의 죄가 너무 무섭네요.” “이분 때문에 많은 회원 여러분이 심적으로 힘들어 하시겠네요.” 등의 글과 양형 예측 기사 공유가 잇따르자 “현재 여론 관련해서 너무 언급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발 동요되지 마십시오,” 등 분위기를 진정시키려는 글도 올라왔다.
이런 반응은 ‘지금까지 처벌이 미약했다’는 여성계와 전문가들의 평가에 행위자들도 공감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여성변호사회 소속 김현아 변호사가 2017년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에 관한 연구’에서 2011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나온 1심 판결 1540건을 분석한 결과, 71.9%는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음으로는 집행유예(14.67%), 선고유예(7.46%)가 뒤를 이었고, 징역형은 5.32%에 그쳤다. 벌금형도 79.7%는 300만원 이하였다. 또 신상정보공개는 7건 뿐이고, 그마저도 1건은 항소심에서 면제됐다. 통계 역시 재판까지 간 경우에 한하며, 해당 카페 경험담을 보면 합의나 기소유예로 끝난 사건들도 많다. 그간 처벌 사례는 경각심을 주기 부족했던 것이다.
김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몰카범들의 반응에 대해 “각자의 사실관계가 다르고 행위의 정도가 다른데 타인의 사건 때문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최근 판결들을 보면 그래도 벌금형이 줄어들고 징역형이 증가해 처벌이 강화되는 추세에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는 “판례라는 것이, ‘이 사건이 얼마나 심각하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국민들의 공분을 살 수 있는 사안인지’가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면서 “2017년도에 피해지원 할 때는 ‘정말 어떻게 이런 건이 집행유예지’ 하는 사례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그래도 징역형도 나오고 벌금수준도 상향이 되고 해서 체감 상 과거보다 조금 더 경각심을 갖고 재판부에서도 다루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 메신저인 ‘카카오톡’ 대화가 발단이 된 만큼 ‘유포’의 개념상 영역이 사적공간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서 대표는 “사실 과거에 초점을 맞춘 건 직접 불법촬영 하는 것과 그것을 공적인 온라인 공간에 유포하는 것이었는데, 사적인 커뮤니티인 카톡방에서 유포하는 것 또한 앞으로 강한 처벌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처벌이 강해지길 원한다는 목소리가 더 많이 나와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김 변호사도 “유포의 경우는 피해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성폭력처벌법상 디지털성폭력 영상물의 촬영과 유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악의적 유포는 최대 징역 7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박상기 법무부장관도 지난 13일 주요업무계획 발표에서 “불법영상물 유통은 영리목적이든 보복적이든 가장 나쁜 범죄 행위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힘을 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승리와 정준영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 동영상 범죄의 심각성과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왼쪽)과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14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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