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지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사항 중 하나는 편리함이다. 같은 이유로 화폐는 과거 깨지기 쉬운 조개껍데기에서 금으로, 다시 휴대가 용이한 현재의 지폐와 동전 등으로 변모했다. 사람들은 이마저도 불편하다며 아예 스마트폰 안에 신용카드를 깔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시가 지난해 7월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 아래 야심차게 발행한 모바일 기반 지역 화폐 '인천e음 전자상품권'(구 인처너카드)은 관내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대 방향에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소비자들을 위한 편리함을 잊어버린 모양새다.
우선 서울시 제로페이의 경우 매장에 하나의 QR코드만 있으면 소비자가 어떤 결제플랫폼을 이용하더라도 결제가 가능한 반면 '인천e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에 계좌 등록까지 마쳐야 한다. 여기에 가장 먼저 시책을 따라야 할 인천시청 공무원들은 매년 개인이 받는 전체 복지 포인트의 10%를 이미 온누리상품권 구매에 사용하도록 강요받고 있어, '인천e음' 사용 여부에 대해서 회의적인 반응이다.
구글플레이 안드로이드 마켓 내 '인천e음'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최근 일반 소비자들의 평가는 박하다. 한 이용자는 "'어디에서나 적립' 이라지만 백화점, 대형마트 말고도 프랜차이즈 가게들은 거의 다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e음'은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등을 제외한 지역 내 17만5000여개의 점포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 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이다.
또 다른 사용자는 "IC칩 인식도 잘 안될 뿐 더러, 지역 재래시장 내 영세상인들 일부는 마그네틱 방식으로 긁는 카드 리더기만 갖고 있어 IC칩 자체가 무용지물"이라고도 말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인데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사용하지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을 지 의문이다.
'전자' 상품권이지만 환불 정책만큼은 또 '종이 상품권'과 같은 방식이어서 소비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종이 상품권이 일정 금액 이상을 결제하고 남은 차액을 현금으로 환불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인천e음' 또한 충전, 잔액이동, 입금, 결제 취소 등이 된 마지막 시점을 기준으로 잔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차액을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을 잘 몰랐던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충전 금액을 강제로 사용해야 한다.
'인천e음'은 겉보기에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지역 화폐지만, 내실은 종이라는 '실물'만 없어진 상품권에 불과하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소비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의 지역화폐 사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경록 사회부 기자 (gr764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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