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결국 제로페이로 갈 것이다
2019-02-25 00:00:00 2019-02-25 00:00:00
신용카드(credit card)라는 단어는 1887년 에드워드 벨라미가 처음 썼다. 물론 지금의 신용카드와 형태 및 사용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 그 후 호텔이나 백화점의 고객을 위한 전용카드 형태로 발전해오다 1950년 다이너스 카드가 나타나면서 여러 가맹점의 지불수단이 됐고, 1958년에 아메리칸익스프레드 카드가 나오면서 여러 나라에서 사용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게 된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쓰는 비자카드는 1976년 BOA(Bank of America)를 중심으로 여러 은행이 참여하면서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용카드가 급속하게 보급되면서 2018년 사용액이 600조원을 넘어섰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용금액은 41%, 건수로는 70% 증가했다고 한다. 특징적인 것은 건수 증가율이 커지면서 소액 사용비중이 늘어나고, 체크카드의 사용 건수가 135% 늘어나면서 신용카드를 앞서고 있는 것이다. 체크카드의 평균 이용금액은 2만2000원 정도로 신용카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어쨌든 카드와 같은 디지털 결제수단의 사용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화폐를 대신하는 편리함의 이면에는 복잡한 비즈니스가 있다. 소비자가 신용카드(체크카드 제외)로 지불하면 통산 10일에서 한달 이상 지불이 유예되었다가 결제일에 지불된다. 여기에 관련되는 당사자로는 소비자와 카드사 외에 은행이 있는가 하면 밴(VAN)사도 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또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쓰려면 외국회사인 비자 또는 마스터가 추가된다. 이들은 모두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에서 수수료를 받아 사업을 영위한다. 
 
사용 건수가 증가했지만 건당 사용금액이 줄어들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 자영업자의 경우 사용금액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가 부담이다. 정부는 해마다 수수료 인하를 천명하고 카드사와 밴사를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간편결제라는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증가하면서 카드업계는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되었다. 앞으로 신용카드 업계는 기존의 수수료 중심 수익모델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간편결제는 2015년에 공인인증서 사용의무를 폐지하면서 시작됐다. 필자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외쳤던 ‘철옹성 공인인증서’의 의무사용 폐지가 새로운 혁신을 불러올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간편결제 후진국에 속한다.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업체는 30곳이 넘는다. 삼성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와 같이 대기업이 출시한 것부터 페이코, 배민페이, 로켓페이 등 신생업체가 출시한 서비스도 있다. 최근에는 ‘0% 수수료’를 기치로 서울시 중심의 제로페이도 나왔다. 은행도 가세하여 간편결제 서비스연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총 사용금액은 아직 40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제로페이를 보면 앞으로 전개될 방향이 얼추 보인다. 우선 소규모 가맹점이 지불하는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중간에서 결제단말기와 통신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밴사도 필요없다. 그동안 중간업자가 누렸던 이익을 소비자와 가맹점이 갖게 될 것이다. 아직 여러 가지 개선이 필요하지만 결국 제로페이로 귀착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외국 간편결제 서비스에 잠식될 것이다. 
 
제로페이가 정착되기 위해서 갖춰야할 여러 가지 추가 조건들이 있다. 아직은 소규모 가맹점 중심이지만 이를 지방세 등 공과금, 각 학교 납입금. 병원비 및 공영주차장 등 공공서비스 지불수단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신용카드와 같은 단기 지불유예 및 무이자 할부신용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일부 서비스가 이를 추진하고 있으나 제로페이는 더욱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히 정부에서 ‘지급지시 대행서비스 제공업자(PISP)’ 도입을 통해 간편서비스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업체가 소비자와 계약을 통해 직접 돈을 이체하도록 하는 것으로 서비스업체와 은행 사이의 IT 조율이 필요없고, 은행이 독점했던 소비자와의 접점을 간편결제 서비스로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 
 
지금 세계는 간편결제 서비스 내부에서도 혁신이 지속되고 있다. 페이팔이 독식했던 시장에 스프라이프, 벤모가 도전하고, 알리페이는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며, 결제단말기가 아예 필요없는 스퀘어 서비스도 나타났다. 우리나라 안에서 서로 싸울 시간에 혁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욱 코넥스협회 상근부회장(choica@konex.or.kr)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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