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해 마쳤어야 할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해를 넘겨서까지 난항을 겪고 있다. 총액 등을 놓고 양국 간 입장차이가 여전한 가운데, 결국 정상들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비분담금은 주한미군이 주둔으로 발생하는 비용 중 우리 측이 분담하는 경비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고용원(노동자) 인건비와 미군기지 내 각종 시설 건설 비용, 군수지원비 등을 포함한다. 한미가 9차 분담금 협정을 통해 합의한 2014~2018년 분담금 규모는 지난해 말로 적용이 끝났다. 지난해 우리 측이 부담한 분담금은 9602억원으로 한미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분담금 규모를 놓고 지난해 3월부터 10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해왔다.
분담금협상이 해를 넘긴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초 2013년에 체결했어야 할 9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도 10차례 회의 끝에 이듬해 2월2일 체결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정 공백 상황은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면서 "주한미군 안정적 주둔을 지원한다는 방위비분담금협정 취지에 따라 과거 사례를 보면서 공백 최소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불완전한 상황이 길어지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지만 특히 총액을 두고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에서는 한국이 부담할 분담금을 지난해에 비해 1.5배(1조4000여억원)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 때 한국이 부담할 방위비분담금 2배 인상을 주장한 것도 미국 측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준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관되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여당의 입장도 강경하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최근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원래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한국이 분담하는 것"이라며 "여기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감축과 평택기지 공사 완료로 분담금을 증액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분담금 2배 증액요구 이전에 소요항목부터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은 양 정부가 합의한 후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한다.
현재로선 협상 타결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6일 내신브리핑에서 "협상을 조속히 타결하는 것이 양측의 희망"이라면서도 "구체적으로 언제, 어느 수준에서 (합의)될지에 대해 지금 밝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당초 강 장관은 오는 22~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관련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미 연방정부 일시업무정지(셧다운) 여파로 미 대표단 참석이 취소되면서 회동이 불발됐다.
실무 선에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설 가능성도 계속 제기된다. 외교부 내에서 ‘여러 레벨에서의 대화’ ‘모든 채널을 통한 협의 필요성’ 등의 언급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지난해 6월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 시작 전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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