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가 모두 종료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3회에 걸친 조사 시간보다 신문조서 열람에 더 많은 공을 들이며 시간 벌기에 안간힘을 썼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에 따르면, 1양 전 대법원장은 17일 오후 11시30분쯤 마지막 신문조서 열람을 마치고 귀가했다. 이날 오전 9시쯤 검찰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은 변호인단과 함께 14시간 넘게 조서를 검토했다.
사법농단 의혹 핵심 인물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11일 오후 첫 검찰 출석 조사를 마치고 귀가길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첫 출석 조사에서 오전 9시30분쯤 부터 같은 날 오후 11시53분까지 14시간이 넘게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시간 중 오후 8시40분부터 귀가시까지 3시간 동안은 신문조서를 열람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조사 시간은 12시간이 채 안 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튿날인 12일에도 검찰에 출석했지만, 이때는 조사를 받지 않고 신문조서만 열람했다. 피의자가 귀가 전 신문조서 열람을 다 하지 않고 귀가했다가 다시 출석해 열람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자정을 넘겨 조사받지 않겠다면서 일찍 귀가한 것은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 진행 속도를 늦췄다는 평가다.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은 14일과 15일 연이어 출석해 조사를 받았지만 당일 신문조서 열람을 끝내지 않았다. 특히 전날 신문조서를 열람하겠다고 검찰에 요청했지만, 변호사가 다른 사건으로 시간을 낼 수 없어 불가하다며 하루를 건너 뛰어 결국 이날 조서 검토를 마쳤다. 총 열람시간은 30시간을 뛰어 넘는다. 약 27시간에 불과한 검찰 조사시간 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다.
검찰은 이르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었지만, 이날에서야 조서열람이 끝났기 때문에 주말이나 다음주 월요일인 오는 21일 계획된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양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2~3일을 번 셈이다. 검찰이 첫날 준비한 질문지 양이 100페이지가 넘는 만큼 조사내용은 매우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이 조서 열람에 이같이 공을 들인 이유는 시간을 벌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신문조서를 보면서 검찰의 노림수를 파악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일단은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방어차원이지만, 결과적으로 기소된 이후 법정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두고 참모격인 변호인단과 미리 시뮬레이션을 거친 것으로 분석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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