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산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바이오시밀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품목의 폭발적 성장세를 기반으로 전체적 외형이 가파르게 성장 중임에도 불구하고 특정사, 특정 품목에 크게 치우쳐 중장기적 산업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는 2조2327억원으로 전년 1조8308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최근 7년간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 연 평균 성장률이 7.7%인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성장폭이다.
수출 실적 증가도 눈에 띈다. 지난 2015년 무역수지 흑자로 돌아선 이후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3년 연속 흑자를 이어가며 내수산업에서 수출산업으로 급변, 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자업종으로 자리매김 중이다.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4432억원에서 1조5471억원으로 연 평균37%씩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는 지난해 국내 의약품 전체 수출을 전년 대비 30% 증가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급격히 커지고 있는 외형에 비해 질적 성장에선 후한 평가를 주기 어려워 보인다. 바이오의약품 분야 외형 성장폭의 대부분을 바이오시밀러가 채우고 있는 데다, 대표사인 셀트리온에 대한 의존도가 큰 탓이다.
지난 2017년 국내 바이오의약품 전체 생산 실적 1위를 차지한 셀트리온의 생산액은 9023억원으로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직전년도 셀트리온의 생산 비중이 21.3%였던 점을 감안하면 특성사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수출 분야에서의 의존도는 더욱 큰 편이다. 지난해 셀트리온의 주력 품목인 램시마와 트룩시마원액의 수출실적은 각각 5억6458달러(약 5595억원), 3억4817달러(약 3356억원)다. 바이오시밀러 수출실적 상위 2개 품목의 비중이 전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의 57.8%를 차지하는 셈이다. 두개 제품을 포함한 유전자재조합의약품의 수출 비중은 72%에 달한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주도권을 쥐고 승승장구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다른 바이오의약품의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점은 중장기적 바이오산업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다른 바이오의약품인 세포치료제 수출실적의 경우 2016년 41만달러(약 4억5900만원)에서 이듬해 30만달러(약 3억3600만원)로 27% 감소했다. 2017년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허가로 이제 막 생산실적이 발생한 유전자치료제와 비교해도 격차가 큰 상황이다. 세포치료제의 경우 2017년 기준 허가 품목이 13개에 이르지만, 수출품목은 메디포스트의 카티스템(홍콩) 단 1종 뿐이다.
높은 부가가치 창출과 성장 지속 가능성에 바이오산업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지만, 특정 분야에 치우친 불균형한 성장은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요구되는 기초체력을 약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2017년 국내 바이오 기술수준 평가에 따르면 국내 기술은 미국의 77.4%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이벌로 여기는 일본(92.5%)과의 격차가 크게 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평가 중인 중국(69.4%)과도 엇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많은 기술력을 요하긴 하지만 결국 바이오시밀러 역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인 만큼, 시밀러 의존도가 큰 바이오의약품의 성장을 마냥 흐뭇해 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며 "세포·유전자 치료제를 비롯한 순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분야까지 고른 성장이 이뤄져야 중장기적 경쟁력을 장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산 바이오시밀러 대표기업 셀트리온의 연구원들이 연구실에서 실험을 진행 중이다. 사진/셀트리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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