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3분기 수익성 악화에 제약업계 매출 1위 수성에도 활짝 웃지 못하던 유한양행이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저력을 과시했다. 총 1조4000억원대에 이르는 계약 성사에 따라 경고등이 켜졌던 연간 수익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5일 유한양행은 얀센 바이오텍과 비소세포폐암 치료를 위한 신약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라이선스 및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은 계약금 5000만달러(약 561억원)을 지급받고, 개발 및 상업화까지 단계별 마일스톤 기술료로 최대 12억500만달러(약 1조3510억원)을 받게된 다. 이후 상업화에 따른 매출 규모에 따라 추가 경상기술료 역시 받을 수 있다. 역대 국내 단일항암제는 물론 올해 제약업계 기술수출 가운데 최대 규모다.
얀센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레이저티닙에 대한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갖고, 국내에서 개발 및 상업화 권리는 유한양행이 유지하게 된다. 양사는 레이저티닙의 단일요법과 병용요법에 대한 글로벌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한다. 해당 임상시험은 내년 시작할 계획이다.
레이저티닙은 선택·비가역적이고 뇌조직을 투과하는 경구용 3세대 EGFR TK(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타이로신 인산화 효소) 억제제다. 중간결과에 따르면 레이저티닙은 EGFR TK억제제에 내성이 생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뇌전이 여부와 상관 없이 확실한 임상효능을 나타냈으며, 3단계 이상의 중증 부작용 발현율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레이저티닙이 경쟁약물보다 우수한 약효 및 안전성의 가능성과 병용요법으로서 개발 성공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레이저티닙은 EGFR TK 변이성 비소세포폐암에 대해 효능이 강력하고 1차 치료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신약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7월부터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연구비 지원을 받고 있으며 현재 한국에서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내 2상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글로벌 3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이번 대규모 기술이전 체결로 3분기 어닝쇼크에 부각된 가치평가 하락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유한양행은 3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3756억원,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비슷한 수준(-0.3%)였지만, 영업이익이 77.3%나 감소했다. 수출 매출 감소 속 신규 사업 추진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22.9% 증가한 R&D 투자 비용 여파였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시 영업이익 하락폭은 99.3%로 늘어난다.
이는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제약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이다. 같은 기간 업계 2위 GC녹십자가 33.3%의 감소율을 보이고도 2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유한양행의 수익성 악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분기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 차이나는 대웅제약(2320억원) 역시 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한 1조951억원의 누적 매출 달성으로 5년 연속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18.8% 감소한 점이 뼈아프다. 연말까지 매출 선두 수성에 성공하더라도 자칫 '상처뿐인 영광'을 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계약을 통해 관련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는 평가다. 분기 매출액의 15%에 달하는 계약금이 내달 지급되는 만큼 매출 증가 및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추가 성과 달성에 따른 기술료 수익이 기대된다. 또 그동안 높은 상품실적 의존도에 가려져 있던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 역시 빛을 발하게 됐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이정희 사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확대해왔다. 레이저티닙 역시 해당 전략의 일환으로 2015년 7월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자회사로부터 사들인 신약 후보 물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만 560억원에 달하는 만큼 연간 영업이익 하락이 불가피해 보였던 유한양행이 4분기 큰 폭의 수익성 반등이 기대 된다"며 "올해뿐만 아니라 향후 마일스톤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 유한양행은 물론, 제약업계 전체적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3분기 어닝쇼크에 연간 수익성 적신호가 들어왔던 유한양행이 얀센과 대규모 항암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사진/유한양행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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