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조용한 추석 연휴를 보냈다. 이들은 별다른 일정 없이 미래 사업 구상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추석이 북한 방문을 마친 직후였던 만큼 경협 이후 역할에 대한 고민이 큰 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방북 기업인들이 지난 19일 만찬이 열린 평양의 수산물 식당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평양공동취재단
지난 18~20일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동행했던 주요 그룹 총수들은 귀국 이튿날인 지난 21일 정상 출근해 주요 임원들과 방북 내용에 대해 공유했다. 전일 기자들과 만나 "많이 보고 왔다"고 입을 모았던 만큼 자신들이 직접 보고 들은 것을 경영진들과 나누며 북한 시장이 열렸을 때를 대비하겠다는 의도다. 이후 총수들은 추석 명절을 맞아 휴식을 취하며 여독을 풀고 향후 경영 구상에 집중했다.
국제연합(UN)과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효한 상황에서 기업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총회와 같은 날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전제 되지 않는 대북 제재 완화는 없다고 재확인했던 만큼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도 없다.
그럼에도 재계의 기대감은 여전하다. 경제 발전을 향한 북한의 의지가 확고한 까닭이다. 이는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했던 다수의 정재계 인사의 입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한 매체를 통해 전한 방북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소 삼성의 반도체 또는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IT기업을 갖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다 들었다"며 "그가 서울에 오면 삼성을 비롯해 우리 기업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거리 모습에서도 "경제로 방향을 틀었단 증거가 보인다"고 그는 회고했다.
이에 기업들은 현재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자 한다. 재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남북 경협의 시기가 앞당겨질 수있다는 기대도 남아있다"며 북한 시장이 열리기 전 준비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단연 7대 대북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지난 20일 귀국 직후 "남북 경협의 개척자이자 선도자로서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남북 경제 협력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인프라 사업의 기회를 노리는 포스코도 뒤지지 않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지난 21일 오전 임원회의에서 "현재 가동 중인 남북경협 태스크포스에서 남북미 관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서 경협이 재개되고 우리 그룹에 기회가 오면 구체화하도록 잘 준비할 것"이라고 방북 소회를 말했다.
삼성과 SK, LG 등은 중장기 관점에서 대북 사업을 바라본다. 평양에서 TV 생산했던 것 외에 대규모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없는 삼성은 삼성경제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스터디 차원의 경협 시나리오를 구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당국 모두가 대기업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어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SK와 LG 역시 최태원 회장과 구광모 회장이 각각 "많이 보고 왔다. 구체적으로 말할 단계는 아니다"고 전한 만큼 사업 구상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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