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우리 측 특별사절단의 5일 방북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 당시 우리 특사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리 전달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친서는 김 위원장의 답변 성격이 강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이 보낸 편지가 내게로 오고 있다”며 “친서는 어제 국경에서 넘겨받았다. 긍정적인 편지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9일 AP통신 등 미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편지는 9일 폼페이오 장관에게까지 전달됐으며, 늦어도 10일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지난 6월1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백악관 방문 때 전달한 것이 처음이다. 당시 전격 취소됐던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계기로 살아났다. 이후 김 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3차 방북한 7월6일 두 번째 친서를 보냈고, 미군 유해를 송환한 8월1일에 세 번째 친서를 보냈다. 북한 비핵화를 두고 북미 실무진이 치열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로, 북미 정상은 매달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신뢰를 쌓고 안정적인 소통을 이어왔던 셈이다.
특히 이번 친서의 경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우리 특별사절단의 5일 방북 이후 미국에 전달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남긴 메시지가 있었다”며 “정 실장이 이번에 방북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한 답변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눈에 보이는’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를 압박해온 점을 감안하면, 그에 상응한 답변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우리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강조한 만큼, 친서에도 비슷한 내용이 들어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비핵화 실무협상을 위한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요청 등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7일 몬태나주 빌링스에서 노스 다코타주 파고로 가는 대통령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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