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1. 황 모씨(25세)는 지난 2016년10월 신한생명의 ‘무배당 신한유니버셜 PLUS종신보험Ⅱ 55세형’에 가입했다. 보험설계사가 됐다는 군대 선임을 돕고자 저축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권유받은 상품이다. 해당 설계사는 중도인출가능, 비과세 등을 강조하며 황 모씨를 상대로 51만6000원 가량의 종신보험을 체결했다. 종신보험 계약 당시 그의 나이는 겨우 23살이었다.
#2. A씨(30대·여)는 2017년1월 ING생명의 ‘용감한오렌지종신보험’의 가입했다. 연금보험을 원한 그에게 설계사가 3%대의 이율로 기존 연금보험이나 은행저축보다 좋다고 권유했다고 주장한다. A씨는 "연금보험 외에 다른 보험은 가입의사가 없다고 분명히 전달했었다"라며 "그래서 당연히 연금보험에 가입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확인하고 보니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3. B씨(26·여)는 2년 전 대학교 선배를 통해 20만원대의 동양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최근 돈이 필요해진 B씨는 보험계약을 확인하던 도중 본인이 의도했던 연금보험이 아닌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B씨는 "당시 설계사인 선배에게 연금을 가입하고 싶다고 했으나 종신보험을 추천했다"라며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처럼 종신보험을 연금보험 또는 저축보험으로 안내받았다는 신고가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이어지고 있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찰신분의 민원인에게 신한생명이 환불해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유사 사례의 소비자들이 보험사와 금융당국에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신한생명은 금감원을 통해 경찰신분 민원인 1명이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으로 안내받았다는 민원을 접수받고 검토 후 불완전판매를 인정, 환급을 결정한 바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금전환 특약이 있는 종신보험을 연금보험처럼 판매했다가 환급해준 신한생명의 사례 이후로 비슷한 민원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을 비롯한 보험사에는 이와 비슷한 사례의 민원들이 접수되고 있지만 보험 가입당시의 기억 외에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없어 소비자들은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종신보험과 관련된 민원이 늘어난 이유는 종신보험의 저축성 기능을 강조해 판매하는 설계사들의 수법 때문이다. 저축보험 또는 연금보험을 요구했던 사례자들은 비과세·중도인출 등 저축기능에 종신보험이라는 의심을 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황 모씨는 "저축하고 싶다고 해서 보험을 권유 받으면 당연히 저축보험으로 생각하지 않겠냐"라며 "결혼도 해야하고 준비할 게 많은 23살이 15년 뒤에야 납입금 100%가 되는 50만원짜리 종신보험을 가입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보험업계에서는 해당사례에 대한 보험급 환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당시 종신보험을 설명하는 내용이 없는 상품설명서를 갖고 있거나, 설계사와의 녹취 기록 등 뚜렷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면 환급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구제를 위해서는 종신보험을 연금이나 저축보험으로 설명받았다는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라며 "보험 가입 단계에서 설계사의 권유대로 무조건 자필서명을 하거나 해피콜에 대답을 하지 말고 꼼꼼하게 설명서를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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