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Q만 있었던 BMW 공청회
2018-08-29 06:00:00 2018-08-29 08:28:59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지침이 잘못된 겁니까, 기계적 결함입니까.” “내용을 몰라서….”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국회에서 연 ‘BMW 차량화재 관련 공청회’에서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과 김효준 BMW 코리아 회장이 주고받은 대화의 한토막이다. 
 
이날 공청회는 국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BMW 차량화재 사고 원인규명과 소비자 피해구제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국회가 정부와 회사 측 주요 참석자들과 자동차 분야 전문가인 진술인들을 상대로 질의응답을 통해 구체적인 해법을 구하기 위함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열띤 토론, 한 치 양보 없는 논리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기대했다.
 
시작은 비장했다. 김 회장은 공청회 진술에 앞서 “불안과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까지 굽히며 사과했다. 차량화재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방안을 열어뒀다고 하면서다. 독일 본사에는 협력 강화를 주문했다고도 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이날 대부분의 질의에 ‘기술자가 아니라 모른다’, ‘독일 그룹에 설명하겠다’는 식의 답을 했다.
 
이날을 위해 상당 시간 공들여 ‘대안’을 마련해온 다른 진술인들의 답변과 대조적이다. 대한민국 1호 자동차 명장 박병일 카123텍 대표는 “가연성인 현 흡기다기관을 불연성 재료로 교환해야 한다. 6~7만km 주행 시 흡기다기관과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밸브 오일 찌꺼기 제거는 필수”라며 구체적인 방식의 차량화재 대책방법을 열거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이날 그 어떤 확답도 않았다. 그저 진술인들의 의견에 공감하느냐는 물음에도 ‘앵무새’처럼 응했을 뿐이다. 이해와 공감이 없으니 공허할 따름이다.
 
김 회장은 혼쭐이 났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화재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한 공청회인데 김 회장이 가장 기본적인 사안에 대한 답변도 거부하고, ‘모른다’고 하고 있다”며 “오늘 공청회에 참석한 진술인과 대부분 언론인들조차 인식하고 있는 문제도 인정하지 않는 자세로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오늘 공청회가 유효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은 “김 회장이 모른다면 답변을 할 수 있는 기술자라도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국민과 맞닥뜨린 김 회장의 태도는 전 국민에 생중계됐고 공청회에 기대를 건 국민들은 냉소를 퍼부었을 것이다. 일말의 기대를 품었던 게 역시나 싶다. 국민 의구심을 풀어주기는커녕 의혹을 더 키웠다. 듣고 싶었던 차량화재 보상과 방지대책을 위한 BMW코리아의 의견은 3시간30분 내내 귀를 씻고 들어도 없었다. 모든 의혹을 그대로 둔 채 공청회는 끝났다.
 
함께할 공(公)에, 들을 청(聽)자다. 공청회가 결론을 내는 자리는 아니지만 소통이 있었어야 했다. 의견을 듣기만 하겠다는 BMW코리아는 공청회를 설명회로 잘못 알고 나온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차현정 정치부 기자(ck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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